전기차 효과 현실화 전 15년 이상 브릿지 역할 기대

환자가 바른 치료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병을 인정하는 것이다. 암환자의 경우 본인이 암을 인정하고 회복의 의지를 갖게 되면 항암치료 등 필요한 조치에 제대로 나설 수 있다.

반면, 억지로 이를 부정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결국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달할 수 있다. 우리는 분명히 기후위기시대에 살고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면 바른 대책 마련에 나설 수 있다.

탄소중립은 대한민국의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식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최장 54일이라는 장마와 폭우를 겪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길 바는 아니었다.

북미는 54℃가 넘는 폭염과 산불을, 서유럽은 홍수와 폭우, 브라질은 폭설 등 기후 재난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다 보니 정책이 느슨해도, 10년 넘게 산업계가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국민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시작됐고, 환경위기와 경제위기 모두가 진행 중이다.

맹인의 고통을 알기 위해 눈을 가려 이동하고, 불을 끄고 식사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

부족하나마 다른 나라들이 겪고 있는 재앙을 간접 체험하면서 사고의 대전환에 노력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 대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NDC 목표달성을 위한 실현 가능한 로드맵은 명확치 않다. 안정된 에너지 인프라와 시장 구축을 위해서는 신뢰하고 실현가능한 정부의 정책이 필수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전통적인 석유에너지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바이오연료는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현실적인 방안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06년 경유자동차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를 도입했고, 올해 7월부터는 3.5%까지 높여 사용 중이다.

바이오에탄올도 최근까지 정부연구소를 통해 경제성, 기술 분석 등을 추진해왔고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발전된 관련 기술을 배제한 일방적인 주장에 막혀 바이오연료의 진정한 가치와 높은 가능성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빨라도 2035년은 되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15년간은 내연기관 차량을 병행 사용해야 하는데 바이오연료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환경과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기술혁신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또 이를 수용해 보려는 협업의 노력으로 풀어갈 수 있다.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핵심은 다양한 에너지를 복합사용(energy mix)하는 전환정책을 얼마나 정교하게 세우고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정부의 로드맵은 기술자와 산업계가 과정에 참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작성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바이오연료 기준이 서둘러 작성되길 기대한다.

지금이 바이오연료도 탄소중립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도입에 나설 때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