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시계 9시38분·· 순환경제로 전환 서둘러야

환경위기시각 9시38분. 이 시각이 주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환경·기후 위기 인식을 담은 ‘환경위기시계’는 일본 아사히 글라스재단이 1992년부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금년엔 4월부터 6월까지 세계 134개 국가들이 함께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893명의 환경 관련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응답했다.

환경위기시계는 시간대별로 0~3시 ‘양호’, 3~6시 ‘불안’, 6~9시 ‘심각’, 9~12시 ‘위험’ 수준을 의미하며, 12시에 가까울수록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2018년에 9시47분을 가리킨 이후 심각성이 더해졌지만 코로나로 인한 산업활동 감소 등의 이유로 다소 늦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오세아니아 지역은 10시20분으로 가장 높은 위기감을 보인 반면, 아프리카 지역은 8시33분으로 가장 낮은 위기감을 보였다.

한국은 9시38분으로 작년보다 18분 앞당겨졌는데 60세 이상의 응답자들이 가장 높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사회·경제 정책, 생화학물질, 수자원, 생활습관, 인구, 토지체계변화, 식량 등이 시급한 문제라고 답했다.

위기의식을 공감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 채취 후 제조하고, 사용 후 폐기하는 선형경제는 세계적으로 매년 평균 3% 이상 성장해왔지만 자원부족과 폐기물 급증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있다.

재활용률을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재활용은 폐기물 생성 자체를 예방하지 못하며, 제품 디자인과 개발 과정에 투자된 상당한 가치도 포기해야 한다. 폐기물을 부숴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원을 소비하기도 한다.

따라서 제품과 부품을 개조하거나 재사용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성장모델은 결국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설계단계부터 재사용을 염두에 두며 성장하는 경제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앞으로 200년 이상 세계 경제의 생산, 소비 방식에 가장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현재 폐기물을 향후 10년간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킨다면 약 5조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건물 건축 대신 임대방식을 폭넓게 도입하고, 중고 부품을 회수·재제조하면 자원사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제조 과정상 물질 관리 방식 개선으로 종래 버려지던 폐기물 발생을 차단하고, 방치해 온 바이오매스 자원을 활용해 첨단 화학 및 에너지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폐기물로 발생하는 기후·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환경문제는 경제와 분리해서 해결할 수 없다.

분야를 넘어 머리를 맞대고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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