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의 전과정 책임주의, 정보 소통과 배려 절실

전남 모처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침 일찍 일을 나가기 위해 잠을 청하던 아래층 사람이 늦은 밤까지 장사하고 돌아오는 자영업자 부부에게 항의하다가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수차례 부탁했는데도 이를 무시당했다는 분노가 쌓인 배경도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오랜 기간 위 아래층 층간 소음문제로 갈등을 겪어 오던 중 어느 한순간 감정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층간소음 분쟁은 2년여 가까이 코로나를 겪으며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해 4만2300여 건의 층간소음 민원을 접수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약 61%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2만70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몇가지 특성이 있다. 가장 먼저는 부실시공에 따른 구조적 결함 문제다. 분명히 위층에서 소음이 발생한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래층이나 옆집인 경우도 있다.

공권력을 도입하거나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도 해결되기 어렵다. 환경공단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접수해도 실제 현장진단까지 2~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피해주민의 의견이 정책에 적극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층간소음 갈등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층간소음 갈등 관리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지자체가 민원대응 창구를 확대하고, 기관별로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관련 법령과 업무 내용 개선 등 유기적인 협업을 계속해야 한다.

시공사들의 부실시공은 층간소음 갈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1군 시공사들은 완충재를 사용해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를 만든다고 홍보해왔지만 2018년 하반기 감사원 감사결과 부실시공이 드러났다.

지자체의 무리한 공동주택 분양가 하향 방침이 부실시공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현행 층간소음 관리제도는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어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문제가 있도록 만들어 놓고 해결은 입주자끼리 하라고 하면 안된다. 시공사와 발주처에 대한 전과정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최소 성능기준에 미달할 경우 입주민에게 보상하는 피해보상제도 또한, 도입해야 한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개인 성향과 사회 분위기 역시 갈등유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분노성향, 불평등의식, 지나친 서두름과 조급함 같은 것들을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 소음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도 공동주택 곳곳에 관련 정보를 담은 홍보물을 게시하고, 서로가 가해자이며 피해자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층간소음 다툼이 많지만, 미리 양해와 협조를 구하고, 서로 미안해하고 감사하면서 극복한다. 우리도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아이들에 대해 층간소음 예방교육 등 공동체 내 지켜야 할 질서와 배려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노력 없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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