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생태계와 경제 시스템으로 제도정비 시급

2014년 9월 29일 강원도 평창에서 지구촌 생물올림픽으로 불리는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12차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매 2년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주요 정책과 이행방안 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였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170여 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환경단체, 산업계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가했으며, 「평창로드맵」과 「강원선언문」이 채택됐다.

특히 총회 기간 중인 10월 12일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돼 당사국을 포함한 159개 정부 대표,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이 모여 제1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MOP1)도 열렸다.

올해는 10월11일부터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서 CBD 15차 총회가 열리는데 벌써부터 총회에서 진행될 의제들을 두고 치열한 물밑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가 CBD에 집중하는 이유는 생물종들의 보호와 복원 등의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생물종은 약 1400만 종으로 추정되며 이 중 175만종이 확인됐다. 그러나 인구증가,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서식지 감소, 기후위기 등을 겪으며 생물종 개체수가 감소하고 멸종위기종들이 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면 인류의 건강과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 식량, 의약품과 화장품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많은 제품들이 동식물 혹은 동식물성 추출물질들이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자연의 생산성, 회복력, 적응력을 약화시키며 결국엔 경제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열대우림, 산호초를 비롯한 많은 생태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한 변곡점을 지났다. 가장 큰 피해자는 자연 재화에 더 많이 의존하는 저소득 국가들이 될 것이다.

생물다양성, 자연이 제공하는 각종 재화와 서비스는 대부분 불특정 다수에게 무료로 제공되면서 실제 가치는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와 후손들에게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지 계량화되지 못해 가격의 왜곡을 초래하기도 한다.

시장의 실패를 넘어 제도의 실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보다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 수익을 내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활동들을 우선시하는 제도가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생태계를 훼손하고 자연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제공을 중단시키는 경제활동들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경제는 자연과 분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인간의 수요와 자연의 공급능력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한계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기술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연의 능력 범위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경제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재사용, 재활용, 공유에 대한 기준들을 강화하고 가격과 행동 규범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정책들을 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CBD 12차 총회를 개최하고도 여러 부처들과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생물종도 보호하면서 미래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보낸 것이다.

생태계는 공공재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태계를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둘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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