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계획 발표에 유네스코에서 한국정부 입장 묻는 서한 발송

[환경일보]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서울환경연합)은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함께, 28일 오전 11시 문화재청 궁릉유적본부 앞에서 세계유산 조선왕릉을 보전하는 데 문화재청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정부가 올해 8월 태릉 지구 공급물량을 6800세대로 줄였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아파트가 공급됐을 때 시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갈매신도시가 들어서며 강릉 경관이 훼손된 바 있지만, 그렇다 해서 100~700m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아파트를 쌓아올려야 되겠느냐, 그동안 문화재청은 무엇을 했는지 묻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검단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인해 김포 장릉 경관을 훼손한 사태는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관리를 얼마나 태만하게 해왔는지를 보여주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태·강릉 코앞에서 벌어지는 태릉지구 택지개발 계획은 그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제공=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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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호법 13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하도록 돼 있는데, 500m인 경기도와는 달리 서울시는 100m에 불과하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태릉과 강릉 앞 100m에서 700m 범위 안에 68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는데, 김포 장릉 앞에서 벌어진 사태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최근 태릉과 서삼릉, 서오릉, 창릉 일대 신도시계획이 발표됐을 때 유네스코가 한국정부의 입장을 묻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영국 리버풀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적으로 왜 역사문화경관을 해치면서 고층 아파트에 대한 허가를 계속 해주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세계유산은 전 세계인들이 책임지고 가꿔야 하는 유산인데, 아파트를 짓더라도 문화재 인근의 경관은 보호해가면서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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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에서 세 번째로 퇴출된 영국 리버풀은 19세기 세계무역의 중심지였던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지정지역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진 개발로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자 지난 7월2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퇴출됐다.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평가한 조선왕릉의 가치는 비교적 보전상태가 온전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태릉사격장을 폐쇄하고, 태릉선수촌을 이전하는 등 태릉 권역의 온전성을 복원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태릉지구 택지개발 계획은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환경연합과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은 유네스코 위원회에 40여 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보내, 정부의 잘못된 택지 개발 정책으로 인해, 세계유산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유네스코 또한 답신을 보내 이 문제에 관심을 표한 바 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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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과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가 문화재청 궁릉유적본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도 태·강릉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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