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지원 규정만 있고 규제는 없는 반쪽 정책 때문에 혼란

[환경일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가 불가피한 가운데 반쪽짜리 재생에너지 정책 때문에 곳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환경분쟁이 발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기준이 없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국내 유명 IT기업은 건물 외벽에서 반사되는 ‘빛공해’ 때문에 10년간 이웃들과 분쟁을 겪었고 결국 재판을 통해 피해를 인정 받았다.

부산시에서도 주상복합건물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인정해 시공사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와 관련된 피해가 증가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절반 이상(57%)인 128곳이 조례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시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이는 2016년 8곳이었던 것이 16배 증가한 것이다.

이격거리는 도로의 경우 최소 50m∼1㎞(평균 331m), 주거시설의 경우 50∼600m(평균 332m)까지 일정 거리를 두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이격거리 규정은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반대로 아무런 규제도 없다면 새로운 형태의 환경분쟁을 유발한다.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이격거리 규정은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반대로 아무런 규제도 없다면 새로운 형태의 환경분쟁을 유발한다.

문제는 지자체가 알아서 조례로 만들다 보니 지나친 이격거리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거나, 아예 만들지 않아서 새로운 분쟁을 야기하는 등 들쭉날쭉이라는 것이다.

전남 함평군의 태양광발전 입지 가능 면적은 전체 면적 대비 24%지만, 이격거리 등 입지규제로 실제 설치할 수 있는 구역은 0.78%에 불과했다.

반대로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 주택, 건물 등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2022년까지 총 100만 가구(551㎿)에 보급할 계획만 있을 뿐 별다른 규제가 없어 이웃간 환경분쟁을 발생시키고 있다.

최근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부지에서 건축 중인 한 건물(A빌딩)은 서울시의 태양광발전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건설 중인 A빌딩의 높이는 70m이고, 기존에 위치한 옆 건물(B빌딩)의 높이는 54m이다. A빌딩이 B빌딩보다 16m가 높다.

게다가 두 건물의 간격은 3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B빌딩 최상층인 12층 사무실과 야외정원에서 보면 A빌딩 외벽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도 A빌딩은 B빌딩 방향으로 노출된 건축물 외벽 전면에 가로 45m, 높이 8m 크기의 초대형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는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A건물과 B건물은 거리는 3m에 불과하다. 그런데 B건물 쪽 측면 벽에 태양광패널 설치를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A건물과 B건물은 거리는 3m에 불과하다. 그런데 B건물 쪽 측면 벽에 태양광패널 설치를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기존에 위치한 B빌딩 입주자들은 “A빌딩이 계획대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B빌딩 및 주변 건물들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공해, 화재 및 파손 시 인명 및 재산 피해 위험, 전자파, 복사열로 인한 피해, 미관상 시각적 공해로 인한 피해 등 건물 사용 및 생활에 방해가 예상된다”며 다른 곳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B빌딩은 한가운데가 비어 있는 중정(中庭) 구조로 A빌딩 쪽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경우 태양광 패널에서 나오는 태양 반사광이 B빌딩 중정 안쪽 사무실에 비춰 빛공해 우려가 있다.

공사 완공을 앞두고 태양광패널 설치가 이웃간 환경분쟁의 불씨를 제공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공사 완공을 앞두고 태양광패널 설치가 이웃간 환경분쟁의 불씨를 제공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이에 B빌딩 관계자는 관할 마포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마포구청 건축과에서는 절차와 규정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환경과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는 지원규정만 있고 규제가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 청와대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답변은 마포구 환경과에서 했다”고 하소연했다.

규정을 근거로 마포구청이 수수방관하자 B빌딩 입주자들은 태양광 패널 설치 시 반사광이 건물 사무실에 미칠 영향 가능성을 직접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해당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경우 연중 내내 하절기 기준 1일 대략 5시간(7시~12시), 동절기 기준 1일 대략 4시간(8시~12시) B빌딩의 2층 이상의 사무실들과 12층 옥상 휴게공간이 태양 반사광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빛반사 밝기는 1828만1833cd/㎡로 수인한도인 2만5000cd/㎡의 약 731배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B건물 입주자들은 "A건물에 설치한 태양광패널이 B건물 옥상보다 높고, B건물 자체가 중동 구조여서 빛공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B건물 입주자들은 "A건물에 설치한 태양광패널이 B건물 옥상보다 높고, B건물 자체가 중동 구조여서 빛공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녹색건축 인증이 주목적

건설 중인 A빌딩은 IDC센터(Internet data center)로 사용될 예정으로 전력사용량이 매우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인 DL산업에 따르면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물의 수전전력(受電電力)은 2만㎸A인데, 문제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력은 30㎾로 수전전력의 0.15% 정도에 불과해 실제 태양광발전 설비를 통해 친환경 전력이익은 매우 적다.

특히 태양광발전 시설을 옥상에 설치하지 않고 벽면형으로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할 경우 효율은 더 떨어진다.

그럼에도 굳이 외벽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이유는 녹색건축인증으로 인한 혜택 때문이라는게 B빌딩 주민들의 주장이다.

태양광 패널 각도에 따른 발전효율
태양광 패널 각도에 따른 발전효율

녹색건축인증을 받을 경우 건축물의 용적률 및 건축물 높이 기준이 최소 3%에서 최대 9%까지 완화되고, 취득세도 최소 3%에서 최대 10%, 5년간 재산세는 최소 3%에서 최대 10%를 감면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녹색건축물 건설에 참여한 업체의 경우 조달청 건설사업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가산점을 받게 된다.

A빌딩 건설업체는 B빌딩 입주자들과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태양광패널을 설치하지 않고 완공하면 준공검사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A빌딩 건설업계 관계자는 “준공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B빌딩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아무 기준 없이 이곳저곳에 설치한다면 제2, 제3의 환경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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