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 시행 눈앞···경기도의회, 해외 사례 분석 대응
지방자치 구현 기대 속 사회시스템 결여, 주민자치회 활성화 개선안 필요

경기도의회는 지난 10월26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는 지난 10월26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자치와 분권은 시대적 가치로 여겨진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복잡하게 얽히는 일들을 풀기엔 중앙집권적 통치만으론 한계에 직면했다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외치는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액션이 중앙정부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현실은 지역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강조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주민과 지방의회, 집행기관에 힘을 실어줄 제도적 장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시에 자치분권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대응 움직임도 지역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작년 10월 전국 최초로 의회 내 자치분권기구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출범한 경기도의회는 해외의 자치분권 사례를 분석해 정책 제안의 토대로 삼는 활동을 펴고 있다.  

경기도의회, 해외 사례 접목 시도 

경기도의회가 지난 10월26일 개최한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선 미국, 일본, 대만의 경험들이 공유됐다. 

이날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자치분권의 발전을 위한 지방의회 차원의 대응방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도출된 해외의 정책제안을 토대로 자치분권 강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0월26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참석자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10월26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참석자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초청된 각국 전문가들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카렌 모스버거(Karen Mossberger)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교수는 “시 정부는 분권화된 연방주의, 홈룰(home rule, 자치) 등을 통해 상당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스버거 교수는 자치권과 형평성의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미국 지방정부는 재산세 등 자체 수입의 의존도가 높은데 중장정부나 정부지원의 평준화 기금은 적다는 것이다. 그는 “시의회는 정책과 행정, 선거 시스템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츠오카 쿄오미(Matsuoka Kyomi) 교토 부립대학교 교수는 “일본 지방의회가 자체 개혁을 추진한 배경엔 인구 급감과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면서 “지방의회는 정책을 만들고 실시·평가하는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협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례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만의 정치 체계를 말한 황신다(Hsin-Ta Huang) 대만 동해대학교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부속품이 아닌 자주적 지위를 갖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자체는 공공법인의 성격을 기반으로 지방사무의 관할권을 오롯이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통해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체의 책임의식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게 황 교수가 짚은 성공의 핵심이었다.  

주민협동 명시한 조례 기반의 ‘공공법인’ 역할 강조 

정승현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은 “국내는 지방의원이 중앙의 정치로 진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부족하다”면서 지방의원의 국회 진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의원의 국회 진출이 활성화되면 자치분권을 가로막는 법률 개정에 앞장설 수 있다고 기대했다. 

10월29일엔 ‘자치분권 혁신토론회 및 지역·지방분권 우수활동 발표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선 새로운 지방시대를 맞이해 요구되는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들이 논의됐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개회사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이란 큰 산을 넘었어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방의회의 독립법률은 부재하고 자율적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등 자치분권 주요 입법 과제 논의 당시 /사진출처=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등 자치분권 주요 입법 과제 논의 당시 /사진출처=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진용복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선결과제’로 자치분권을 설명했다. 그는 “진정한 지역 중심의 사회, 주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가기 위한 거버넌스 자치분권 원리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률 부재, 조직·예산 편성 권한도 미비 

도의회, 학계, 시민단체에서 참여한 패널들은 각자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은 지방의회의 자각과 다각적인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당 소속의 단체장과 집행부에 종속되는 현상에 따라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문제가 생기는 점을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지방정치에서 중심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회 차원의 자구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순 (사)커뮤니티허브 이사는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서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이 통째로 빠졌다”고 지적했다. 법적인 근거 미비로 활동 저변을 넓혀갈 수 없을뿐더러 의욕을 보였던 지자체의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자치회를 활성화시킬 법과 제도의 마련을 촉구했다.   

윤창원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이웃들이 동네와 골목부터 동과 구, 그리고 시와 경기도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토론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맞춤형 대안으론 ‘이웃 관계망’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내 문제가 이웃의 문제가 되고, 이웃의 문제가 동네의 문제로 연결되도록 하는 매개체”라고 부연했다.   

이필구 안산 YMCA 사무총장은 “지방자치의 방향을 되짚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질적인 권한 확대’라는 자치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는지 신중히 점검하자는 것이다.  

10월29일 열린 ‘자치분권 혁신토론회 및 지역·지방분권 우수활동 발표회’를 통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맞이해 요구되는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들이 논의됐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10월29일 열린 ‘자치분권 혁신토론회 및 지역·지방분권 우수활동 발표회’를 통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맞이해 요구되는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들이 논의됐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이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자치는 참여라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제도권에선 참여는 동원으로 이해된 게 사실”이라며 “지방의원이 주민민원의 해결사가 아닌 주민들이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회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회 활동 지속 불투명 

배수문 경기도의원(교육행정위원회)도 의견을 보탰다. 배 의원은 새로운 지방시대의 개막을 원한다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본질적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자치단체장의 힘의 우위를 등에 없고 행정에서 정책의 결정을 주도해 왔고, 지방의회는 끌려가기에 바빴다”면서 “주요 정책이 형성 초기부터 평가까지 지방의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경희 경기도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지방의회부터가 의회 운영 개선에 소극적인 현실을 한계로 꼽았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른 연 2차례의 정례회 진행 방식이 안고 있는 구조적 허점을 지적했다.

다음 해 필요한 예산에 대한 공무원들의 검토 요청이 행정사무를 감사하는 기간과 맞물리다 보니 세밀한 예산심사에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1차 정례회 때 전년도 예산을 결산하고, 2차 땐 행정사무감사와 함께 내년도 본예산을 검토한다.   

김 의원은 “1차 정례회에서 결산과 행정사무감사를 같이하도록 바꾸면 내년도 예산심사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될 수 있지만, 조례 개정안을 발의해도 의회운영위원회 쪽에선 아직 상정조차 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예산을 심사하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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