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국립공원 잘 지켜 후손에 넘길 책임 다해야

지리산 케이블카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남 구례군은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9년 전 무산됐던 케이블카 사업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결과를 쉽사리 장담하기는 어렵다.

2012년엔 구례군을 비롯해 남원, 산청, 함양 등 지리산과 인접한 지자체들이 각각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번엔 구례군만 단독으로 재추진에 나섰다.

이번에 새로이 추진하는 노선은 이전에 계획했던 4.3㎞보다 1.2㎞ 줄어든 3.1㎞다. 구례 산 동면 온천관광단지에서 출발해 종석대 아래쪽까지 이어진다.

노고단과도 1.7㎞ 떨어졌다.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노고단 생태경관 보전 지역과도 600m 넘게 떨어져 환경훼손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구례군의 이번 사업 추진으로 인해 주변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나서면 자칫 지리산 일대에 개발의 광풍이 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구례군은 이번 케이블카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구례군을 살릴 방법은 케이블카라는 것이다.

전동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는 종석대와 가까운 성삼재 방향 도로를 완전 폐쇄한다는 계획도 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반대지만, 구례군의 단독 추진에 대해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국립공원위원회 자체가 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케이블카 사업은 역대 정권에서 그냥 넘어간 적이 없는 단골 메뉴였다. 여야가 바뀌면 반대가 찬성으로, 찬성이 반대로 바뀐 것도 똑같다.

환경부가 뚝심을 발휘해 케이블카 설치를 굳세게 막아 왔지만, 정권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밀어붙이는 것들을 다 막지는 못했다. 두 차례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추진 불가’로 판정했지만, 당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뒤집어진 경우도 있었다.

2015년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기간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두고 종일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측은 사업선정 절차의 위법성 및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등 환경파괴를 문제 삼은 반면, 여당은 친환경 사업이라며 환경부를 옹호했다.

야당 측은 사업보고서는 누더기, 가이드라인은 고무줄, 경제성평가는 조작투성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위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립공원위원회 자체가 통과를 전제로 시작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7년 11월에는 지난 정부 시절 환경부 TF가 비밀리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지원한 사실이 6개월 후에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집 지키라 세워 놓은 파수꾼이 도둑에게 길 안내까지 해준 셈이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 은폐까지 하면서 무조건 개발을 추진했던 역대 대형 사업들 거의 모두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실익도 없었던 것을 우리는 봐왔다.

기후위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지금 지리산을, 설악산을 지금보다 더 자연이 풍성한 국가자산으로 소중히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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