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발성, 시민의 참여가 복지사회에 기여

가전제품 안전사고가 계속 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의식과 소비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하고 정부의 대처도 발 빠르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고, 휴대폰 배터리 폭발, 김치냉장고 화재 등은 우리 생활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가전제품으로 인한 엄중한 사고가 언제든 발생 가능하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 의류나 잡화의 매출은 30%대로 감소한 반면, 가전 부문은 오히려 1.4% 증가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탑재된 가전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제품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미흡하다.

오히려 매년 다양한 유형의 가전제품 화재·화상 사고가 늘어나고 있어 안전시스템의 선진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1인 가구, 방콕생활 등이 확대되면서 가전제품 사용은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 가정생활 중심 소비가 늘면서 전기용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이유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각자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가전제품 관리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가전제품 전체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전과정 안전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제품의 디자인부터 원료선택 등이 사용시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 알려야 한다.

그 중 한가지가 이미 실시하고 있는 리콜(Recall) 제도다. 소비자에게 제공한 물품 또는 용역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대비해 위해 요인을 제거하는 보호조치다.

사업자가 스스로 또는 강제적으로 물품 등의 위해성을 알리고 해당 물품 등을 수거·파기·수리 등 또는 제조·수입·판매 금지 등의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하게 된다.

문제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이 리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리콜로 인한 매출 감소 및 브랜드 가치·신뢰도 감소를 염려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장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신뢰 회복을 통해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82년 발생한 진통제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신원미상의 범인이 저지른 타이레놀 독극물 주입 및 협박에 대해 해당 제약사는 즉각 전담팀을 꾸려 시중 제품을 전량회수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위험성을 알렸다.

이 일로 회사는 약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성과 신뢰를 얻었다. 기업의 자발적 리콜은 결국엔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리콜이 필요한 경우 SNS, 방송 등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스스로 사용 제품의 안전정보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리콜은 소비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또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가전제품의 올바른 설치와 사용 방법, 장기간 사용 후 관리 등에 대해 교육과 지원을 담당할 가전제품 관리지도사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요즘 열광하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는 말로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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