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환경관리 힘써 조리종사원 폐암발생 등 막아야

우리나라에서 학교급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학교급식 확대가 채택됐고, 위탁급식제도 등 급식이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2000년대 들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HACCP 시스템이 적용되고, 학교급식법이 개정되고, 친환경 무상급식이 추진됐다.

학교급식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적절히 공급해 심신의 건전한 발달에 도움이 되며, 편식을 교정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갖추도록 역할을 할 수 있다.

매일 아이들의 도시락을 몇 개씩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부모들의 수고와 부담을 더는 데도 기여했다. 학교급식의 수혜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급식 과정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조리원들은 오히려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수백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학교 급식실은 그야말로 눈썹을 휘날릴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많은 아이들의 영양과 입맛을 동시에 고려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튀김요리는 아이들이 좋아해 빠질 수 없는 메뉴 중 하나다. 갖가지 음식을 튀기고 볶으면서 조리실에는 금새 연기가 가득차지만 적절한 환경시설은 찾아볼 수가 없다.

30년 넘게 이런 작업환경에서 학교 급식실 조리사로 일해온 60대의 한 여성은 3년 전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 근거는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이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가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폐암 진단을 받고 산업재해 신청을 한 급식조리사는 전국적으로 43명에 달한다. 이 중 15명이 산재를 인정받았고 나머지 신청자들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국 초·중·고·특수학교 1만1900여개에서 학교 급식을 실시하는데 직영급식이 1만1660개교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일 평균 급식 학생 수는 538만 명, 한 학교당 평균 급식학생 수는 460여명이다. 영양(교)사 1만700여명, 조리사 1만800명, 조리실무사 5만300명 등 총 7만1800명의 급식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 중 지난 6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재해자 수는 4630여명이다. 사고로 다치는 비율은 약 86%, 나머지 14%는 질병으로 인한 재해를 겪고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매일 세 사람 이상에게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학교 조리실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55세 이상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조리사들을 대상으로 폐 CT 촬영을 권고했다.

또한, 현장 실태 조사와 더불어 조리실 시설 개선을 위한 '환기시설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매우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다만 10년 이상이라는 기준이 특별한 의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 아닌 임의적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이 있다. 정기검진도 포함돼야 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학교 조리업무를 하느라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고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할 책임이 국가는 물론이고 혜택을 누리는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환기설비만이라도 서둘러 제대로 갖추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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