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참사 현장 보존하고 법 제도 빈틈 손질해야

‘탐욕이 부른 환경참사 – 장점마을’이라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목차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비료공장과 고통의 시작, 민관협의회 구성과 역학조사 청원, 환경부의 인과관계 불인정과 갈등, 결국 사과, 원인은 연초박, 감사원 공익감사와 손배소송, 수동적인 익산시 등이다. 장점마을이 겪고 있는 아픔이 고스란히 나열돼있다.

안타깝게도 환경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곤 장점마을의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라북도 익산시 소재 시골 마을인 장점에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비료공장이 가동됐다. 원인은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인데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 불법 사용되면서 문제가 야기된 것이었다.

배출된 악취와 매연, 폐수로 인해 자연환경과 주민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외부 활동뿐만 아니라 야간 실내에서 휴식할 때도 호흡 불편함과 정신적 제약을 가져왔고, 마을 공동체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공장 폐수는 직접적으로 마을 수원지를 오염시켜 농작물을 죽이거나 상품성을 하락시키는 등 경제적 영향을 줬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에 수시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찾지 못했다.

장기간의 오염으로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줬는데, 암환자 및 암사망자가 계속 증가하자 비로소 환경오염과 주민건강 훼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장점마을에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파악된 암 발병자만 33명이고, 이중 15명이 사망했다. 전체 45가구 80여명이 살던 마을이 초토화된 것이다.

장점마을 사태가 문제시 된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환경부와 익산시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여왔다. 환경부는 초기엔 인과관계를 무시하다가 결국엔 비료공장의 불법행위와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내건 피해주민들과 환경엔지니어, 법률가, 지역정치인, 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회였다.

사태가 수습과정에 들어가면서 비료공장 부지는 전문용역기관의 검토를 거쳐 ‘기억의 공간’으로 존치하자는 데 뜻이 모여졌다.

그런데 환경부는 비료공장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나무를 식재하는 복원을 전제로 65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통보했다. 익산시 또한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무엇이 중요한 지 간과하고 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싶겠지만, 장점마을의 경우는 다르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묵묵히 농사짓던 순박한 농민들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 ‘환경순교지’로서 그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곳이다.

정치가, 행정가, 사업가, 일반인들이 와서 보고 느끼도록 지금의 모습을 보존해야 한다. 환경교육은 여기서 시켜야 맞다.

환경부가 자연환경에 집중하고, 국토부가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에 생긴 사각지대인 주민피해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가 심각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끝나지 않은 장점마을의 환경재앙’으로 이름 지었다. 제2, 제3의 장점마을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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