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하고 국민 지킬 치밀한 정책 세워야

원전 이슈가 계속 정치적 논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일반인은 일반인대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작 큰 그림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고 타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적절한 통계자료를 근거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은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흑백으로 갈라서고 있다.

에너지는 안보다. 절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서는 안된다. 국민들도 무조건 맡겨둘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제대로 봐야 할 사안이다.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극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액이 약 1700억 달러(200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2020년 대비 13%가 증가한 규모다. 최악은 미국 루이지애나 등에서 집중호우와 강풍을 뿌려냈던 허리케인 아이다였다. 100여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고 약 77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기후위기대응을 목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 에너지 위기설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반복되는 경기 회복과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 증산에 소극적이면서 석유가격은 물론 천연가스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설상가상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줄이기 시작해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비난한 미국과 유럽에 대응한 에너지 보복조치는 당장에 대체에너지를 구할 수 없는 국가들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탄소중립을 외쳤던 유럽 여러 국가들은 부분적으로 생산량 감소에 돌입하기도 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일으키면서 정치적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당장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탈원전 상황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는 일이다.

그러나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턱없이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겨울 강추위에 따른 에너지 공급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겨울철 북극한파가 1주일 정도 이어지면서 전력수급이 위협을 받는다면 매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좋다. 그런데 에너지 안보라는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어야 한다. 막연하고 낙관적인 기대와 해석으로는 국민을 지킬 수 없다.

에너지 정책은 한 국가의 상황을 바탕으로 국제 동향과 경제 흐름 등을 통합적으로 판단해 작성돼야 한다. 기후위기시대에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일조량과 풍량을 경험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장기종합계획에 포함시키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 정책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제대로 판단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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