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설계기준 강화하고 화재관리자가 역할 맡아야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가 물류센터 화재다.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시 소재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는데 안타깝게도 소방관 3명이 진화과정에서 순직했다.

연기가 가득한 현장에서 불길이 번지고 구조물이 붕괴되고 고립되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노모를 모시는 성실한 가장,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근무 8개월째인 26세 젊은이가 희생됐다.

이번 불이 발생한 물류센터는 지상 7층 지하 1층에 연면적 20여만㎡에 달하는 대형 건물이다. 당시 현장 1층에서는 바닥타설 및 미장 작업이 있었고, 건물 내부에는 산소통 및 LPG통 등 용접작업을 위한 장비들과 가연성 보온재가 다량 쌓여있었다.

신축공사 현장은 건물 내부구조를 파악하기 힘들며, 완공 건물보다 위험한 여러 요소들이 산재한다. 설상가상 소화장치 또한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아 화재 발생시 진화에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 소재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38명이 숨지는 비극이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건물에서 우레탄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지하 2층의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현장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우레탄 내장재와 샌드위치 패널 외벽을 태우면서 불이 퍼졌고,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사고를 키웠다.

공사 하도급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하루 일당을 벌려고 현장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것은 매우 의문이다.

국내 대형 화재 참사 중 27명이 사망한 19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 40명이 사망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도 우레탄폼 발화로 발생했다.

각각 수십 명이 희생된 1999년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부실시공과 위험 구조물, 전기배선 불량이 원인이었다.

이런 유사한 형태의 화재 및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어떤 제도적 조치들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공사기한을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관행도 문제다. 약속한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총 공사 금액의 0.3%에 해당하는 공사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하다 보니 시공사엔 큰 부담이다.

반면, 사고가 났을 때 받는 처벌은 너무 가볍다. 안전보다는 위험한 공사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결정을 내리도록 솜방망이 처벌이 한 몫을 해왔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의 화재는 지난 12년간 매년 3000건 이상 발생했다. 한 해 평균 사상자는 200명이 넘고 관련 피해 재산은 매년 1450억 여원 규모다. 패널 안에 유리섬유 대신 값싼 우레탄폼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시 피해가 더 커진다.

물류창고의 안전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산업안전 관리자와 화재 감시자를 별도로 운용해야 한다.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이번 화재를 시점으로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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