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탄소중립·식량안보 등 외부변수 속 농업의 지속성 확보
첨단 디지털 기반 스마트화로 탄소중립 활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지난 1월18일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사에서 본지와 면담 중인 박병홍 농촌진흥청장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지난 1월18일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사에서 본지와 면담 중인 박병홍 농촌진흥청장  /사진제공=농촌진흥청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과거 농림부 농지과 과장부터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정책과 과장,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및 축산정책국장을 거쳐 농림정책국장 그리고 차관보까지. 지난해 12월 제30대 농촌진흥청장으로 부임한 박병홍 청장이 걸어온 길이다. 그는 국가 농업과 축산의 지표가 되는 판단의 중심에 있었다. 농촌의 진흥을 책임질 방향키를 잡은 현재 역시 마찬가지다. 농업인들의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현안을 파악해 가고 있다. 그는 “농촌은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현주소를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의 ‘지속’이라는 이슈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선 농가가 유지돼야 한다.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기반을 갖춰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쉽지 않은 과정 또한 수반된다.

본지는 지난 1월18일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농촌진흥청을 찾아 박병홍 청장의 생각을 들었다. 

박 청장은 “쌀은 우리가 자급할 수 있지만 밀이나 콩은 그 소비량에 비해 자급률이 떨어진다. 코로나를 겪으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려면 결국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면서 “벼와 밀을 이모작하고 밀과 콩을 이모작하기 위한 작부체계(작물의 종류별 재배 순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11일 충남 천안시 배 과수농가에서 열린 '과수화상병 궤양제거 현장 연시회'에 참석한 박병호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지난 1월11일 충남 천안시 배 과수농가에서 열린 '과수화상병 궤양제거 현장 연시회'에 참석한 박병호 청장 /사진=농촌진흥청 

탄소중립도 거론했다. 박 청장은 “탄소중립은 농업 분야도 피해 갈 수 없다”며 “농림축산식품부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큰 틀을 그리면 우리가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화와 도전 직면한 농촌 현실

탄소중립 데이터 플랫폼 기대

디지털 농업 전환 가속 

대중과 가까워지는 60주년 될 것

온실가스 통계자료 구축을 그는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탄소배출 및 흡수의 과정과 관련된 경종(耕種), 축산 부문에서 국가 고유의 계수를 개발해 통계를 고도화하는 내용이다. 통계 확충과 표준화를 통해 탄소중립에 활용할 데이터 플랫폼을 2027년까지 구축한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목표다. 

논물을 관리하거나 비료를 사용하는 과정에 적용되는 기술을 저탄소로 바꿔 가고, 가축의 소화과정에서 발생되는 메탄(CH₄)을 줄이기 위해 사료 자체를 저메탄 성분으로 대체하는 시도를 지속한다.  

박 청장은 “고유계수를 산정하는 등 통계를 보완하고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저메탄 사료 또한 탄소중립 대응의 발판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박병홍 청장은 ‘탄소중립’과 ‘디지털 농업’ 두 키워드의 접점을 강조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박병홍 청장은 ‘탄소중립’과 ‘디지털 농업’ 두 키워드의 접점을 강조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탄소중립’과 ‘디지털 농업’ 두 키워드의 접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은 디지털 농업 기술의 신속한 현장 확산을 위한 민·관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청장은 “탄소중립은 투입 자재를 줄이는 ‘저투입 농법’을 토대로 농업이 정밀해져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연으로의 투입을 적게하는 재배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디지털화 되고 스마트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 식량문제, 농촌의 소멸 등 당면 현안을 해결해 가는 데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0주년을 맞은 농촌진흥청의 도약을 위해 박 청장은 디지털로 변모해 가는 우리 농업이 대중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는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의 60주년 행사를 오는 4월에 계획하고 있다”며 “변화하고 도전해 가는 농촌진흥청의 비전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병홍 청장과의 일문일답니다.

Q. 올해 농촌진흥청의 목표를 요약해 주신다면요 

A. 크게 6가지 입니다. 먼저 농업을 농업인과 함께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겁니다. 지역농업의 활성화와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활력을 도모하고 농산물 생산·공급의 기반을 정비하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다음은 건강한 삶을 위해 안전한 농산물과 농업의 다양한 기능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K-농업기술과 관련한 글로벌 동향도 살펴야 하구요. 또 디지털 시대와 기후변화 등 환경에 대비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Q. 디지털 농업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궁급합니다

A. 언급했듯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들이 농업과 농촌의 문제 해결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청은 작년에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농업분야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관련된 유통·소비·정책 지원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민관 TF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적용 가능한 과제를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작업을 가속화 시킬 걸로 기대합니다. 

Q. 메타버스가 적용되면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 있나요

A. 가상의 스마트팜에서 농사를 지어보는 겁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도 접목되는 개념이죠. 치유농업의 체험도 메타버스을 활용해 가능합니다.

Q. 치유농업은 무엇을 의미하죠  

A. 국민의 건강 회복과 증진을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서 사회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겠네요. 지난해 3월부터 치유농업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법적인 기반은 갖춰졌습니다. 현재 우리 청에는 치유농업추진단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치유농업과 관련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Q. 국민의 건강만큼이나 농촌 고령화 문제도 심각한데요 

A. 그렇습니다.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농촌에 유입시킬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일입니다. 우선 2023년까지 청년농업인 1만명 육성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창농 준비부터 정착, 기출창업에 이르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똑똑! 청년농부’ 서비스가 효력을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Q. 다른 대응책들은 없나요

A. 청년 농업인대학의 운영을 각 시군에 확대해 갈 것입니다. 올해까지 전체 25개소로 보급을 늘릴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농업의 기초, 제품기획, 투자유치 등의 과목을 교육합니다. 농식품부의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을 통해서도 컨설팅 교육이 진행됩니다. 

Q. 농업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A. 청년농업인 대비 기존 농업인들은 ICT 관련 기술을 수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디지털농업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각 시군의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를 컨설팅하고 필요하면 지역별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농업인들이 디지털에 익숙해지도록 시군 센터와 공동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겠습니다.

Q. 식량자급률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 오랜 현안이죠. 결국 국내 상황에 적합한 2모작 재배 품종을 개발하고 논을 활용한 기계화 재배를 확대함으로써 대응해야 합니다. 밀·벼 또는 밀·콩 등 2모작 생산단지 조성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또 수요처도 발굴도 지원합니다. 밀의 경우 품질 균일성과 재배안정성이 높은 품종으로 대체 보급을 늘리고 있고, 수매하는 현장에서 품질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 가면서 원맥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콩은 이모작 작부체계에 적합한 ‘선유2호’ 품종의 현장 실증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Q. 온실가스 통계자료 구축 관련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 청은 올초 ‘2050 탄소중립 실현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보급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온실가스 통계자료를 구축하는 내용도 거기에 포함됩니다. 통계 정확도 향상을 위해 농축산분야의 국가 고유 배출·흡수계수 34종을 개발했구요, 2030년까진 52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2027년 즈음엔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경지의 탄소 저장능력을 평가하고 신규 흡수원들을 고려해 수치를 고도화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Q. 탄소중립 대응에 쓰일 올해 예산은 어떻게 되나요

A. 농축산부문의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보급의 취지로 올해 총 268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관련 연구인력과 투자는 매년 늘어날 걸로 전망합니다. 

Q. 통계 구축 외에 다른 탄소중립 대응책이 있다면요 

A. 농업분야에선 논물관리기술을 확산하고 적정 비료사용 기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좀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벼 중간물떼기 기간’ 연장 및 ‘논물 얕게 걸러대기’를 통해 효과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물관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축산분야의 경우는 저메탄사료를 개발하고 소 사육기간을 단축해야 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축분뇨 에너지화도 중요하구요. 가축분뇨를 고체연료와 수소, 일산화탄소 등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드는 시도입니다. 열분해 공정개발과 현장실증을 거쳐 2030년경엔 현장보급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K-농업기술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A. 국가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기아문제 해결, 식량안보 등 인류 공공의 가치 영역과 관련되죠. 6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 청은 그동안 축적한 농업기술과 경험을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2개국에 분포해 있는 해외농업기술센터를 활용할 것입니다. 아울러 아시아 13개국를 포함, 아프리카 22개국 및 중남미 12개국과 공동운영 중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관리에 보다 신경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과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화를 구현시켜서 지속적인 농업기술 협력의 산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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