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지양하고 동물복지 등 근원적 해결에 힘써야

한동안 잠잠한가 했던 조류인플루엔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23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경기도 화성 산란계 2개 농장에서 약 19만 마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에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후 우려했던 대로 전국 각처에서 유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월 26일엔 전북 부안 육용오리 농장에서 2만5000여 마리, 1월 30일엔 전북 김제 종오리 농장에서 8000여 마리, 충남 예산 산란계 농장에서 72만여 마리가 확진됐다.

2월 2일엔 충북 진천 육용오리 농장에서 9000여 마리가 확진됐다. 작년 11월 초부터 발생한 HPAI 사례는 산란계 농장 10곳, 육계 2곳, 오리 16곳, 메추리 1곳으로 나타났다.

중수본은 의심축이 확인되면 초동대응팀이 현장에 투입돼 해당 농장에 대한 출입통제와 살처분, 역학조사 등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 12월 22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HPAI가 마지막 검출된 이후 미검출되다가 최근 여러 지역의 야생조류 분변이나 포획 및 폐사체에서 검출돼 위험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금농장에서도 경기, 충남·북, 전남·북에서 HPAI가 다양한 축종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어 차단방역태세를 유지하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사육 가금에서 폐사증가, 산란율·사료 섭취량·활동성 저하 등 의심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시 즉시 신고를 당부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대응은 거의 변화없이 유사하고 상황은 반복된다. 발생 농장 반경 3㎞ 내 살처분, 신속한 매몰과 방치, 물리적 시간 경과 후 해제, 그리고 다시 발생.

5년여 전인 2017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의 합동조사결과 전국 조류인플루엔자 매몰지 총 434곳 가운데 1만 마리 이상 매몰지 74곳, 5만 마리 이상 매몰지 95곳 등 169곳을 점검했다.

그 결과 48개 곳에서 62개의 관리 미흡 사항이 확인됐고,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후 밀폐형 섬유강화 플라스틱 저장조에 담아 매몰하거나 미생물 처리가 된 왕겨에 사체를 묻는 방식 등을 추가 도입했지만, 그 효과는 검증도, 발표도 되지 않고 있다.

겨울철 철새 이동으로 인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도 주요 변수이긴 하지만 관리 소홀이나 제도적인 허점 또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피해와 2차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복지 차원에서 쾌적한 사육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 이미 성공한 사례들을 따르면 된다.

철저한 소독으로 외부오염원을 차단하고, 쌀겨와 모래로 바닥을 깔고 1㎡ 당 5~7마리의 닭을 놓아 기르고, 충분한 환기시스템으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자.

친환경 사육은 좋은 먹거리를 만들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농가의 소득도 더 올릴 수 있다. 동물복지 실천은 곧 사람복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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