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지운 대중적 이해 기반 공정보도로 관심과 행동 일으켜야

“기후변화에선 자가격리가 불가능하다.” 영국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Mark Carney)의 말이다. 기후변화는 삶의 환경 전반의 맥락을 뒤흔든다. 비나 눈이 내리는 패턴, 더위와 추위가 교차되는 계절의 리듬이 무너지는 현상만 봐도 그렇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온전히 인식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기후변화의 맥락과 연결짓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폭등한 야채 가격에 놀란다거나 때아닌 모기의 출몰로 밤잠을 설친다. 피부병은 나을 기미가 없고 뉴스에선 산불 피해 소식이 속보로 들려온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범분야에 걸쳐있다. 따라서 누군가에겐 이 모든 현상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으로 분노할 일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고자 긴박하게 움직여야 할 상황인 거다. 하지만 이 같은 적극적인 행동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함께 나서고 공감할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는 과학적인 분석 기반의 자료를 꾸준히 제시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반응하고 행동에 나설 준비가 아직 안 돼있다. 아직까지 이 사회는 과학적인 논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앞에선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팩트를 전달해도 대중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피부에 와닿는 심각성이 없으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동력도 떨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을 촘촘히 보완해서 대중의 인식을 정확히 파악하자. 이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체계화시켜야 한다. 가치관, 세계관, 성별, 연령, 교육수준, 직업,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도 기후변화를 느끼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정보의 전달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러한 행동유형 분석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 단지 많은 정보를 유통할수록 좋은 문제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극대화로 사람들 간 연결이 너무나도 자유롭다. 그만큼 충돌과 가짜 뉴스, 선동이 난무한다. 기후변화 문제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조작과 갈등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기후변화 이해도를 위한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언론이 중추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정부, 기업, 시민단체, 정치인, 학자 등 각계의 메시지가 경쟁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보도의 프레임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정 이념을 빼내고 근거없는 뉴스를 가려낼 수 있는 본연의 기능이 기후변화 관련 보도에선 각별히 요구된다. 대중들의 인식을 바로 알고 핵심의 정보와 지식을 공평하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양질의 뉴스로 대중에게 믿음을 주자.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행동이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기후변화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사건이 아닌 내 주변의 일이란 공감대를 일으킬 원동력이다. 그렇게 사회를 응집시키자. 

폭등한 야채 가격, 때아닌 모기 떼, 피부병, 산불 피해 등. 이 모든 현상 한가운데를 기후변화가 가로지르고 있는 게 맞을까? 답은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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