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적응법 만들고 구체적 실천전략 서둘러야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표현이 있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여 무관심하게 방관하는 모양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길게는 수개월 간 어마어마한 면적을 초토화시키는 뉴스를 보고 혀를 차면서도 우리는 그저 남의 일로 봤다.

국내에서도 불규칙하게 큰불이 발생해 왔지만, 이것 또한 대부분 국민이 생생하게 체감하기에는 다소 먼 얘기인 듯했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강릉과 경북 울진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불을 보는 느낌들은 많이 달라 보인다.

피해면적은 축구장 2만여 개 면적을 넘어 역대 최대인 2만3000여 ㏊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고 두 지역에서 동시에 손을 쓰기 힘든 수준으로 확대됐다.

하루아침에 집과 재산이 잿더미로 변한 채 대피소로 피난한 이재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한 모습들이다. 화재 원인은 실화와 방화로 추정되는데 오래 이어진 가뭄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산불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기후위기로 인해 이런 조건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발표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와 토지사용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강력한 산불이 14~50% 까지 더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불을 도시소음, 생태계파괴와 함께 3대 환경 현안으로 꼽기도 했다.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곳에서도 산불이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발생하고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산불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가장 먼저는 탄소를 흡수하던 지역이 탄소 배출원이 된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생태계에 각종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들이 방출되면서 장거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입히고 조기 사망자들을 늘릴 수 있다.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토양침식, 수질오염, 연안오염 등을 유발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산불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인식 제고와 재발 최소화, 적합한 복구에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은 예측하지 못한 장소들에서 더 잦아지고, 더 강력해지고,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산불예방을 위해 기상위성을 이용한 원격감시 및 예측 관리 시스템 강화, 간벌과 덤불제거 등 숲 가꾸기, 소각 등 산불초래행위 강력 규제 등을 서둘러야 한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대신 내화성 높은 활엽수 숲으로 피해지역의 수종교체도 필요하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기후변화적응법(가칭)’ 제정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추진하길 기대한다.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게 될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개별법이 필요하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10여년 전 만들어졌을 때부터 환경일보는 보다 구체적인 적응전략을 강조해왔지만, 관심있는 기관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재앙은 시작됐다. 서둘러 법을 만들고 예산과 조직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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