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방치된 사육곰 문제 해결에 시민단체 직접 나서

[환경일보] 동물자유연대가 강원도 동해시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한 22마리 사육곰이 3월15일 드디어 미국 생츄어리로 떠난다. 이와 더불어 사육곰 농장 한곳이 영구 폐쇄된다.

동물자유연대는 15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곰의 이동을 위해 14일부터 곰의 마취와 크레이트 이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물항공기 두 대를 이용할 만큼 규모가 큰 이번 사육곰 구조 활동은 동물자유연대와 미국 야생동물보호단체(The Wild Animal Sanctuary)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진행된다.

맹수에 해당하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반달가슴곰 22마리를 시민단체 단독으로 구조해 미국 생츄어리로 이주하는 활동은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일이다.

그런 만큼 원활한 이주를 위해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농림축산검역본부, 충북대학교수의과대학, 환경부 등 다양한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도 이어진다.

십여 년간 사육곰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온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020년 사육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정부에 보호시설 마련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직접 사육곰 구조에 나섰고, 많은 시민들의 후원까지 이어지면서 22마리나 되는 사육곰 구조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동해 농장 사육곰 22마리가 이주할 미국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는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해 있으며, 1천만평이 넘는 부지에 마련된 야생동물 생츄어리다.

지난 2018년에도 동물자유연대의 요청으로 어린이대공원의 사자 가족 3마리를 받아주어 보호하고 있다.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한 반달가슴곰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한 반달가슴곰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40년간 방치된 사육곰 산업

사육곰 산업은 ‘인간 탐욕의 역사’라고 칭할 만큼 잔인하고 참혹한 형태로 이어졌다.

1981년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사육곰을 수입했지만, 동물보호 여론과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가입으로 인해 수입, 수출이 모두 막혀버리자 웅담 채취를 위한 도살의 합법화를 택했다.

처음에는 24살 이상의 곰만 도살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은 10살로 낮췄다.

그러나 사실상 국내에서 웅담 거래가 중단되면서 사육곰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지자 사육곰은 도살 가능 연령인 10살만을 기다리며 사회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사육곰 국내 생츄어리 마련을 위한 예산 통과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40년간 회피와 무책임으로 일관해왔던 정부가 태도를 바꿔 사육곰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구례군과 서천시와 함께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을 진행 중이고, 지난 1월26일에는 민관 합동으로 ‘2026년 곰 사육 종식’을 선언을 했다. 이로써 2026년부터 국내에는 사육곰이라는 존재가 사라질 전망이다.

2022년 1월 기준 국내에 남은 사육곰은 총 360마리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2022년 1월 기준 국내에 남은 사육곰은 총 360마리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그러나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2022년 1월 기준 국내에 남은 사육곰은 총 360마리다.

이번에 진행된 동물자유연대 사육곰 구조로 전 개체 중 6%만이 생츄어리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됐을 뿐 여전히 국내에는 300여 마리의 사육곰과 23개 사육곰 농가가 남아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이번 구호활동은 사육곰 종식 선언 이후 진행하는 첫 번째 구호 활동이며 사육곰 22마리가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살 수 있게 된 첫 사례이다. 이를 통해 22마리에 그치지 않고 남은 사육곰들이 생태적인 삶을 누릴 터전을 국내에 만들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미국 생츄어리로 이주하는 22마리 사육곰들은 15일 인천 공항을 출발해 16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한 후 육로를 따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동한다. 50여 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인 만큼 이동 과정 중 건강을 살피며 안전하게 이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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