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구제 목소리 반영할 ‘녹색전환’, 헌법이 수용해야

지난 2015년 아쉬가르 레가리(Asghar Leghari)라는 한 농부는 파키스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기후변화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가려달라는 것이었다. 법원은 정책 이행이 지연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결론냈다. 이 결정으로 파키스탄 정부 각 부처에는 기후변화담당관이 생겼으며 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기후변화위원회가 조직됐다. 

2019년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소송에선 집단이 나섰다. 환경단체 위르헨다(Urgenda)재단을 비롯한 900여명은 지구온난화 방지에 관한 국가 정책이 미흡함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대법원까지 가는 3번의 소송에서 모두 원고 측 손을 들었다. 대법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은 생명권 조항 등을 위배한다고 경고했다. 

이 결정에 대해 당시 미셸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기후변화로 침해되는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더 많은 기후소송이 전 세계적으로 뒤따르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우리의 사례도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국회가 온실가스 감축의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며 2019년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지난해 10월엔 기후위기비상행동, 정의당,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정부가 설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미흡하게 설정돼 국민의 생명이란 기본권을 침해했단 것이다.

이는 기후소송이 단지 이상기온으로 인한 재난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권’이란 권리구제의 영역으로 확대됐음을 방증하는 흐름들이다. 

하지만 생존권을 위한 이 같은 기후행동이 실제 효력을 내기는 쉽지 않다. 정부 등 제도권을 상대로 기후위기의 법적 책임을 묻는다 해도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생태적 위기에 대한 공감을 얻기란 쉽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구제척 피해의 원인으로 연결지어 특정 가해자의 불의한 행동까지 가려내기는 매우 힘들다. 

기후변화가 화석연료에 의존한 자본주의 체계로부터 유발됐다고 그 시스템 자체를 기소,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치만 우리는 방관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증가일로에 있으며 지구 생태계의 자정능력은 한계를 초과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은 명확하다. 

책임을 정확히 가릴 수 있는 목표와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경제 체계의 ‘녹색전환’적 가치 인식이 반영되도록 법이 개정되는 게 우선이다. 그 대상은 최고의 법적 규범인 헌법일 것이다.

녹색전환은 국가 제반의 전면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환경, 경제, 정치, 교육, 보건 등 각 영역의 변화를 규율하는 과정은 헌법에서의 가치 정립이 전제돼야 한다.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법 해석의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녹색전환을 포용할 수 있는 해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게 녹색전환이 헌법의 원리가 돼야 한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인간 우월적인 가치 판단은 어떤 식으로는 당연해질 수 없다. 생존 기반인 지구생태계가 없다면 인류도 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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