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새 체형에 맞는 안전하고 편리한 설계 필요

세탁기 뚜껑의 위치와 높이의 산정기준은 이용자의 편리와 안전이다. 세탁물을 넣고 꺼낼 때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혀야 하기 때문에 관절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근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들도 문을 손쉽게 여닫을 수 있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의 길이와 동작범위를 스마트폰 설계에 반영하면 인체적합성과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과 계기판은 운전자의 시선 이동을 최소화하는 곳에 위치해야 하며, 각종 스위치의 배치도 마찬가지다.

사소해 보이는 조건들이 모두 사용자의 편리 및 안전과 직결된다. 최적의 디자인을 찾으려면 사용자의 체형, 즉 인체치수를 알아야 한다.

체형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기 때문에 의류, 가구, 가전 등 산업계에서는 최신의 인체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주기적으로 국민의 인체치수를 조사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 분야에 보급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size Korea)’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0여년 새 한국인 남성의 평균 키는 166.1㎝에서 172.5㎝로, 여성은 154.3㎝에서 159.6㎝로 커졌다.

남성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계속 증가해 47%가 비만으로 나타난 반면 여성은 비만도가 감소했다.

한국인의 키가 커지면서 제품들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다. 영화관 좌석 폭도 2000년대 들어 55㎝로 커졌고, 지하철 좌석 폭은 2017년부터 48㎝로 늘었다.

버스 내부 높이는 2.1m 이상이 됐다. 남성들이 설거지를 도울 때마다 낮다고 불평했던 부엌 싱크대 상판은 89~90㎝로 높아졌고, 아파트 천장도 2.4~2.5m로 높아졌다.

의류, 가구, 가전, 전기 전자기기,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체형에 맞는 제품을 설계·생산하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도록 기여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각종 공공디자인에도 새 인체치수가 적용되고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은 도시 디자인의 한 영역으로 공적 공간에 설치된 시설물들을 미적, 기능적으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꾸미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의 대상 중 옥외 가로시설물에는 가로등, 방음벽, 정류소 시설물, 자전거 보관대, 주차안내 표지판 등 교통시설들이 있다.

공중화장실이나, 벤치, 휴지통, 음수대 등 편의시설과 가로 녹지대, 분수대 등 녹지 시설도 포함된다.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공적 공간의 시설물들이 공공디자인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거리에서 공공디자인이 반영된 수많은 가로시설물은 그 자체로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도시의 쾌적성과도 연관된다.

공공적 성격 때문에 사회 전체의 미를 보여주는 디자인으로서 가로 경관을 결정하고, 시민들의 미적 감각이나 수준을 대변하기도 한다. 또한, 보여주는 것을 넘어 목적에 따라 편리하고 안전한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이용자, 즉 국민의 인체치수를 고려한 공공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갈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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