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인정하고 대책 서둘러야 피해 줄일 수 있어

지난 3월4일 경북 울진에서 산불이 시작됐다.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고, 약 열흘간 계속되면서 2만1000여㏊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이와 비슷한 때 강릉, 동해에도 산불이 발생했고, 모두 합쳐 서울시의 41%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헬기를 동원하는 등 안간힘을 쏟았지만, 불길을 잡지 못하다가 결국 비가 내리고 나서야 불은 사라졌다.

채 숨도 돌리기 전 이번에는 강원도 양구, 경북 군위에서 산불이 발생했는데 역시 강풍으로 확산된 불은 사흘째 이어지고 피해면적은 1000㏊가 넘었다.

2019년 9월 발생한 호주의 산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려 6개월간 이어진 최악의 산불로 호주 전체 산림면적의 14%가 불타면서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 수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는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거의 매년 산불이 발생하는데 작년 7월에는 대형산불이 석달 간 지속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산불 확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기온, 습도, 강수, 바람 등 기상요소들이다. 비가 안 오면서 건조해진 상태로 산불이 발생했는데 강풍이 불어치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최악의 산불의 배경에는 최악의 가뭄이 있었다. 기온이 오르고 토양수분이 증발해 건조한 상태가 되는 기후변화는 산불증가 및 피해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온도가 2℃ 상승하면 산불 위험도 2배 가량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IPCC의 경고대로 7℃까지 상승한다 가정하면 더욱 끔찍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산불이 위협적인 것은 가장 먼저 인명과 재산피해, 생태계 파괴를 들 수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20배 이상 치솟는 대기오염도 발생한다. 설상가상 기후변화의 촉진제 역할도 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들을 보면 강풍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전에도 실화로 인한 산림화재 및 피해는 있었지만, 최근에 잦은 산불과 피해규모 확대에는 분명히 기후변화라는 변수가 있다. 예전에 했던 방식으로는 진화가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산불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 상태로 일단락 지어지면서 관련 대책마련이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이번에도 비가 내려야 산불이 완전히 잡힐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로봇,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운운하지만 하늘이 돕지 않으면 산불을 끌 수 없나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금 같은 방식이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실에 맞는지 산림관리, 산지 물관리 시스템을 다시 봐야 한다.

과거에 통했던 상식 수준의 방법을 넘어 큰 틀부터 작은 기술까지 완전히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여름 한 철 연중 강수량의 70% 이상이 몰리는 우리 특성을 감안해 숲에 나뭇가지와 돌을 쌓아 물을 가두고 물웅덩이를 만드는 방법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용어나 써가면서 가능성을 검토해보겠다며 늑장 부릴 때가 아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당장 동원하고 국민이 해야할 일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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