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윤 (사)한국항공스포츠협회(KASA) 대표·단장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 융합을 통한 산불 진화체계 구축 시급
민·관·군 공지 합동 스마트·디지털화 된 기술 개발·발전 필요

전영윤 (사)한국항공스포츠협회 대표·단장
전영윤 (사)한국항공스포츠협회 대표·단장

[환경일보] 양간지풍(봄철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을 타고 동해안 울진·삼척 일대를 초토화시킨 초대형 산불은 서울시 면적의 40%가량을 태워버렸다.

이 산불재난 한 달 만에 강원 양구군과 경북 군위군에서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3일간 720ha와 347ha를 태우고도 아직 주불이 잡히지 않았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3년 전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 산불현장을 찾았다. 정 장관은 ‘공군도 산불 지원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때 공군 C-130 수송기에 탑재하는 MAFFS(Modular Airborne Fire Fighting System, 헬기+고정익 항공기 융합 주·야간 항공력 진화체계)을 도입하고 주·야간 산불 진화 체계를 갖췄더라면 올해 동해안 산불 대참사와 양구·군위 산불은 초기에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해안 산불참사에는 민·관·군 그리고 미군 헬기까지 동원됐고 마침 비가 와 진화할 수 있었다.

또다시 양구·군위 산불을 보며 천재지변을 잘 막아준 해당 부처 공무원들에게 고생이 많았다고 칭찬과 격려를 하고 싶다. 하지만 산불 진화와 전용 항공기를 연구해 온 전문가 시선으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참사임에는 틀림없다.

‘왜 매번 대형산불 발생과 진화·마무리 과정이 같을까’라는 질문을 해본다.

산불은 인간의 실화로 시작돼 소방헬기 수십대가 물을 퍼와 진화하다 어두워지면 철수한다. 그때부터는 맹렬한 화염과 험준한 산비탈에서 소방공무원들이 쇠갈퀴와 삽, 등짐펌프로 무장하고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인다. 전투와 비슷하다.

다시 한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3년 전 MAFFS을 구축했다면 현재의 동해안 산불은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특히 강원도는 봄철 양간지풍이라는 특수한 기상상황이 조성돼 있다. 양양 지역에서는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火風)으로도 불린다. 이번처럼 내륙에서 발생한 산불을 초대형 산불로 키운 소방당국의 관행적인 대응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MAFFS을 탑재하고 산불을 진화하는 공군 수송기 
MAFFS을 탑재하고 산불을 진화하는 공군 수송기 

당국은 대당 350억원 하는 초대형 헬기 10대를 도입하는 장기 계획을 추진한다지만 그 헬기들 역시 어두워지면 비행을 못 한다. 강풍을 타고 확산되는 불길에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공무원, 군인들의 용전분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MAFFS이 구축된다면 주·야간에도 운항이 가능하고 한번에 13t의 물을 투하할 수 있다. 이 진화장비는 미 주방위군을 포함해 14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이 같은 헬기와 고정익 항공력의 융합을 통한 산불 진화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반복되는 산불 참사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소방당국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소방당국이 도입하려는 10대의 헬기 중 한 대분 남짓 가격인 400억원만 투입하면, C-130 수송기 탑재용 MAFFS 5대를 도입 할 수 있다.

또, 야간 진화가 가능한 MAFFS 탑재 공군 수송기 5대는 1회에 65t의 물이나 지연제 투하가 가능하다. 운영비용은 4개월 100시간 운영 시 연료비 포함 7억원 정도이다. 초대형 헬기 운영비의 1/4 수준이다. MAFFS 장비는 유조선 사고 등 해양사고 시 오일제거제인 유처리제를 살포할 수도 있다.

이제 산불 진화도 기후환경 변화와 4차산업 등의 시대적 요구에 맞출 때다. 이를 위해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가 결합된 민·관·군 공지 합동의 스마트하고 디지털화된 기술을 개발·발전시켜야 한다.

MAFFS을 도입하고 ’대한민국 공군 특수임무항공단‘으로 명명해 매해 4개월간 임무를 부여하면 어떨까. 국방 임무에 매진하는 공군 장병들의 수고에 소방당국과 국민들이 보답을 해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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