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재생에너지 탓에 수출경제 큰 타격 전망

[환경일보] 재생에너지로의 변환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화석연료로 생산된 제품은 전 세계 공급망에서 제외될 것이고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 구글, BMW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사이자 고객사들은 일찌감치 RE100에 합류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이 RE100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수출 경제에 큰 리스크가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가 저조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부터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1개 기업의 전력소비량은 2020년 기준 총 98테라와트시(TWh)였으며 이는 2020년 21.5테라와트시에 불과한 한국의 풍력·태양광 발전량보다 4.5배 많은 양이다.

지난달 공개된 엠버의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은 4.7%에 불과했다.

아시아 주변 국가인 일본, 중국, 몽골, 베트남을 비롯해 전 세계 풍력·태양광의 발전 비중이 평균 1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한국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이에 한국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특히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킨 것을 지적하며 우리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U 지속가능 분류체계 초안에도 원자력은 대단히 제한적으로 포함돼 있다. 신규 원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계획과 부지 및 자금 확보 등을 조건으로 달았으며,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역시 높은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 초안의 내용에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자금·부지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한국에 대입해보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조건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부지가 없다.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일 뿐,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과거 정부에서 수차례 시도했지만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 결과 지금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 원자력발전소에 폐연료봉이 쌓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원전을 미래 에너지 계획에 포함하려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지속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이를 해결한 후에 논의하는 것이 맞다. 에너지 계획은 우리 사회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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