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량안보위, 식량안보법 서둘러 추진해야

지난 2018년 2월부터 4월까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3회에 걸쳐 ‘농업과 식량 혁신’을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국가농업과 식량안보정책, 농업과학 혁신기술, 해외농업 개발 및 발전전략에 대해 심도있는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관련 분야의 관심과 농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매우 이례적인 행사로 주목됐다.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고 돈만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구체적 통계와 자료들을 근거로 ‘식량 위기’를 새삼 강조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과학기술을 오해하고 반대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가시적 개선을 위한 노력과 변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외부적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환경일보는 여러 차례 심층취재와 사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식량수급 문제를 보도했다. 특히, 기후위기와 전쟁 등 큰 변수가 발생하면 한국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네 곳이 초토화되거나 방치되고 있다. 30% 이상의 밀을 수출하던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세계의 빵공장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올봄 곡물 파종면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출길도 막혔다. 러시아는 자국 시장을 보호한다며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미국도 작년 10월부터 겪고 있는 심각한 가뭄으로 밀 흉작이 예상된다. 80여개 국가에 밀을 수출하고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 역시 가뭄으로 생산량이 계속 줄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로 중국 내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는 동북 3성에서 파종시기를 놓치면서 막대한 생산량 감소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식량과 에너지, 물, 환경은 상호 긴밀히 연계되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지금 당장도 급하지만, 2050년 97억의 세계인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열대우림지역의 토지이용농지확대 중지, 농지의 생산성 향상, 비료와 물의 사용효율 제고, 1인당 육류소비량 저감, 식량 생산 및 유통과정상 폐기량 최소화 등은 시급한 도전과제다.

농업분야의 과학기술 융·복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타 분야 기술, 인문사회 분야 등 영역을 넘나드는 과감한 도전과 협조가 필요하다.

해외식량기지를 개발할 때도 농업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토목, 건축, IoT, 에너지, 환경 등 패키지 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도전을 범부처 사업으로 확대하고 자금, 지식, 기술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대통령직속 식량안보위원회를 설립해 국가 중장기 R&D 로드맵을 구축하고 ‘식량안보법(가칭)’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농업은 모든 과학기술분야와 소통하며 상생할 수 있는 큰 시장이지만,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농업은 급하고 중차대한 현안이다. 농업은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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