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말라 가는 대한민국··· 서울시의 급선무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바짝 마른 한강을 내려다보며 시작된다. 극도의 물부족이 국가 간 전략적 자원이 됐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배경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난 2월28일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재 80억에 달하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1년에 1개월은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1억6000만 명은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메말라 가고 있다. 지난겨울 국내 강수량은 평년 대비 14%에 불과했다. 하천에 유량을 공급하는 지표하·지하수 유출도 2010년 12%로 1962년 대비 60%p 이상 감소했다.

도시화는 땅에서 흙을 앗아가고, 하천에서 물을 앗아간다. 땅이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 증가는 건천화와 강수기 도시홍수를 부른다. 서울시 법정하천의 건천화 비율은 약 30%로 전국 평균(11.8%)의 3배에 달한다.

이런 ‘물순환 왜곡’을 바로잡고자, 정부는 올해 초 ‘통합물관리’를 선언하고 하천관리를 환경부에 일임했다. 이는 하천의 유량을 회복해 물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물부족 국가’의 경고등은 꺼지지 않고 있다. 하천 주변 땅을 물질적 가치로만 환산해 도시화를 강행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서울시에 매년 8만호를 공급하는 ‘서울시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 8만호 공급 이슈에 묻혀버린 계획이 있다. 서울시 지천을 도심공간으로 개발한다는 ‘지천 르네상스’가 그것이다.

지천 르네상스의 ‘지천(地天)’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경유하는 물길을 의미한다. 서울시 자료는 이 계획에 대해 “실개천, 소하천을 중심으로 공간 구조를 재편해 수변의 감성을 느끼면서 문화, 경제, 일상휴식 등 다양한 시민의 야외활동을 보장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하천현황을 보면, 40km 규모의 한강과 이어지는 지천은 총 4개다. 탄천, 안양천, 홍제천, 중랑천이 그것이다. 지류하천은 38개 159km, 소하천은 18개 22km, 권역하천은 4개 55km에 이른다. 이처럼 하천은 서울시 곳곳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이곳에 수십 년간 ‘불투수’ 면적이 증가하면서 하천이 메마르고, 도시 홍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물순환 왜곡을 바로잡는다’라는 것은, 불투수 면적을 줄여 땅의 힘을 되살리는 것이다. 물이 많을 때는 빨아들이고, 부족할 때는 내보내 균형을 맞추는 ‘물조절력’을 되찾는 것이다. 강우량이 집중되는 6~9월에는 빗물을 땅속에 품고, 가뭄에는 땅속의 물을 하천으로 내보낸다. 땅이 이런 ‘물조절력’을 회복하면, 건천화와 도시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의 힘을 되살리려는 물순환 정책과, 수익성만 중시하는 지천 개발이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건천화와 그 원인이 된 불투수 면적 증가 문제를 인식한 국내 5개 도시에서 저영향개발(LID)을 시행 중이다. 지역개발을 계획할 때도, 물순환 관점에서 자연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물순환 체계를 복원하며 하천을 살리는 도시 재생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21년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건전한 물순환을 목표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지천과 소하천 주변은 경제성이 낮은 미개발지역이 아니다. 50년간 도시화로 왜곡된 물순환 체계를 바로잡을 마지막 보루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특히 서울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시국에, 수익성만 앞세운 서울시의 개발계획은 우려스럽다. 서울시의 급선무는 무엇인가? 자연에 역행하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을 강행해 하천을 말려버리는 것과 하천과 함께 메말라 가는 서울시민의 마음을 적시는 것. 과연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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