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균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자연재해안전분과위원장(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이우균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자연재해안전분과위원장
이우균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자연재해안전분과위원장

[환경일보] 산불은 지역재난이다. 자주 일어나고 대형화되면서 그 피해가 산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산불의 발생 빈도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해도 1분기에 벌써 304건이다. 작년 발생 349건에 근접한 발생이다. 기간도 장기화되고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이번 울진산불은 9일(213시간)간 지속됐으며, 서울 면적의 약 30%에 해당하는 2만523ha의 산림을 불태우며, 2261억원의 피해를 초래했다. 이렇게 자주발생하고 오래 타면서 대규모화 되는 산불은 생태계 소실에 머무리지 않고, 주택, 농지 등의 생활영역 뿐만 아니라 임산물 및 농산물 생산기지 훼손으로 인한 지역경제 부문 등 지역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주민 및 소방 인력의 건강과 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연소 과정에서는 기후변화에 악순환을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미세 분진, 질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다량 배출돼 주민 및 소방 인력의 호흡기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가뭄이 끝나고 곧바로 찾아오는 장마에 산불지역은 산사태의 2차 피해에 매우 취약하다. 이와 같은 넓은 면적에서 전방위적 피해를 주는 산불은 ‘지역재난’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을 그 원인에 따라 천재(天災)인 자연재난과 인재(人災)인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다. 산불은 사회재난으로 구분되고 있다. 원인이 불분명한 자연재해에 비해 원인이 분명(대부분 사람)하기 때문이다.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재민을 자동적으로 지원하게 되지만 사회재난의 경우에는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원인자가 보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재난들은 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산불이 특히 그렇다. 그로 인해 대면적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피해를 지역공동체 활성화 차원에서 회복시키고 적응능력을 키워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산불이 과연 사회재난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산불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라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의 호주, 캘리포니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대형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한 적은 강우량, 고온, 건조 등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기 경보 ‘산불예보플랫폼’ 등 지역별 안전관리 체계 갖춰야

산불 연무로 인한 만성질환 유발··· 지역주민 건강영향조사 필요

우리나라의 산불 대부분은 봄철에 발생하는데, 그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전형적 기상현상인 봄철의 가뭄을 들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면서 때 이르게 찾아오는 건조현상이 산불의 발생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산불이 자주 그리고 크게 나는 영동지방은 최근 10년간 기온은 0.4℃ 오른 반면, 강수량은 12.6%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등온선도는 남쪽 중부에서 동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는 형태로 동해안은 남쪽과 같이 따뜻한 기후대를 보이고 있다. 남쪽과 다른 것은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건조하다는 것이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영동지방의 지표면 건조는 영서지방에 비해 눈에 띄게 뚜렷히 나타난다. 이와 같이 산불의 빈번화와 대형화가 기후변화 원인이라면, 산불을 기후적 지역재난으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럼 산불예방은 어떻게 돼야 할 것인가? 산불이 기후적 지역재난이라면 예방도 지역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유역(watershed) 단위 산림 관리, 행적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의 지역 안전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산악기상망 등 기상관측망을 통한 기상학적 건조와 위성영상을 활용한 지표면의 실제적 건조상태를 함께 고려한 산불발생 위험을 지역적으로 조기경보 하는 지역차원 산불예보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 활동공간 주변의 산림 산불예방을 위한 관리지침을 만들고 생활공간과 산림과의 완충지대를 지역차원에서 조성 및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안전 측면에서 산불 진압 후 지역주민 건강영향조사를 통해 주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지역차원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산림은 탄소흡수원으로서 지자체 탄소중립 계획에서 흡수원 유지 및 확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흡수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산불예방은 지자체의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 기후적 지역재난인 산불을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예방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