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역학 활용 보건감시체계, 가축질병 차단 인프라 시급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는 단지 감염원을 밝히고 추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방을 위해 도시 전체에 사전 방역체계를 갖추는 차원으로까지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생활하수의 정보를 보건 감시에 활용하는 기법 등 도시감염병 대응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화제를 뿌린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또 다른 문제다. 담을 수 있는 법과 제도, 연구, 인프라의 한계는 명확하다.

하수 속 코로나바이러스를 분석할 방법을 찾는 연구가 당장 얼마큼의 기대 효과를 일으킬까.

국내 하수처리장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COD(화학적산소요구량) ▷SS(부유물질) ▷TN(총질소) ▷TP(총인) ▷총 대장균을 분석해 수질을 관리한다. 감염성 바이러스까지 볼 수 있는 ‘정밀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수질기준 체계를 세분화시키고자 하는 제도권의 의지가 없다면 변죽만 울릴 거란 얘기다. 

가축질병 수습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가축질병 폐사체의 안전한 처리를 위해 진행되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사이 인수공통바이러스를 지닌 사체의 상당수는 별 수 없이 매몰됐다. 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브루셀라(Brucella)’와 ‘결핵’으로 매몰된 양은 총 2만1000두에 달한다.

밀집사육이 횡행하는 국내는 집단 발병에 취약하다. 항생제를 먹인 가축의 폐사체나 분변 같은 유기성폐기물의 부적절 처리는 치명적이다. 자연 전반에 항생 성분을 퍼트릴 거란 우려를 증폭시킨다. 

감염매개체가 생태계로 유입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환경기초시설 등 인프라는 그래서 중요하다. 매몰은 간편하고 신속하지만 침출수 등 유독성 물질에 따른 2차 피해를 따지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감염재난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과 책임을 보여야 한다. 방역, 환경, 보건을 아울러야 하는 문제다. 

물환경보전법, 토양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에 ‘감염재난 방지’의 개념을 명확히 하자. 감염병 예방 및 역학조사의 근거가 되는 감염병예방법과의 시너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법의 소관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이드라인을 잡아놔야 사고가 터졌을 때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하수를 처리의 대상으로 여기는데서 나아가 그 속에 숨은 역학적 정보를 찾아야 한다. 정보가 꾸준히 쌓여야 설득력이 뒷받침되고 예측해 대응 할 수 있다.

하수 속 농도와 유량으로 불법마약 사용을 예측하는 방식은 해외에선 이미 적용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하수슬러지에서 검출되기도 했다. 앞서간 사례들과의 연구 거버넌스를 만들고 정보 교류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 정보조차 통합 관리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방역체계에는 과잉대응이 답이다. 제도를 정비하고 연구해서 인프라를 늘리는 과정에 예산을 쥐어주는 건 정부의 몫이다. 감염 위협에 대한 국민공감을 얻고 새로운 걸 도출할 책임을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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