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개 국정과제엔 기후위기 대응보다 성장제일주의

[환경일보]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새로운 대통령을 지지했건, 다른 후보를 지지했건,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배를 탄 입장에서 새로운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은 매우 좋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식량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면서, 식량자급도가 극히 낮은 우리 입장에서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식량위기의 본질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식량위기를 촉발시키기는 했지만 이미 대가뭄으로 인해 인도의 밀 생산이 절반으로 줄었고, 남미와 유럽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식량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식량과 원자재 위기,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위기를 맞은 개도국들은 연이어 디폴트를 선언했고 선진국들 역시 위기를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범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더 이상 뛰어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시대적 소명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가 근본적인 원인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식량 가격이 올랐으니 더 많은 돈을 벌어 식량을 더 많이 사겠다는 근시안적인 사고다.

말로만 ‘녹색’이고 실질은 성장 우선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에 비해서도 뒤떨어진 정책이다.

기후위기가 일부 과학자들만의 말잔치가 아니라 우리 밥상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새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는 찾기 어렵다.

국정철학, 국정목표 어디에도 기후위기, 생태위기 등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한 언급은 없고 성장과 국가경쟁력이라는 1970년대식 성장제일주의 구호들로 가득하다.

2020년 2월27일 영국 항소법원은 히스로 공항의 제3 활주로 건설 계획 승인을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파리협정에 따른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우리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예비타당성마저 예외로 인정해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성이 없으니 예타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철거를 결정한 세종보 등 3개 보는 여전히 건재하며, 대부분의 ‘보’가 환경성을 제외한 경제성 평가만으로도 철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문재인 정부의 5년은 어느새 지나갔고 보 철거 여부는 새 정부의 몫으로 돌아갔다. 

2021년 현재 인류의 녹색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파멸까지 고작 2시간이 남았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인류는 이웃 국가를 침략하고 화석에너지를 고집하며, 대규모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새정부의 환경정책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부디 지지도를 얻기 위해 단기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이익을 위한 현명한 정책을 펼쳐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현 세대는 기후변화를 막을 가능성이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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