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침엽수 집단고사, 산사태 위험 등 수년째 방치

국립공원이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약 3년 전부터 백두대간 설악산 국립공원과 오대산 국립공원 등에서 전나무 부러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에서는 가문비나무가 그렇다.

흉고직경이 30cm이상 되는 대경목은 자연적으로도 고사하지만, 문제는 기후 스트레스로 인한 영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태백산 인근 함백산 자락에서 정상으로 연결된 만항리 일대에는 수고 20m, 흉고직경 1m 정도의 전나무 대경목 열 그루 이상이 부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태풍이나 강풍 등에도 수백 년을 살아내던 침엽수가 최근 10년 새 적설량 부족, 겨울과 봄 건조 등 강도 높은 기후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혀 죽어가는 것이다.

국내 한 환경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오대산 상원사 주차장부터 비로봉 사이에 허약한 전나무들이 적지 않다.

대경목의 줄기 아래쪽이 썩어가고, 껍질이 벗겨지고, 심재부까지 구멍이 뚫리고 있어 강풍이 불면 밑동이나 중단부가 부러질 수 있다.

무게가 2~3톤 되는 전나무 대경목들이 부러지면 나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인근 탐방객들에게도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설악산 오색과 대청봉 구간에서도 등산로 반대 방향으로 전나무 대경목이 부러진 것이 확인됐다.

전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의 심산에서 자생하고, 추위에 강해 전국 어디서나 월동 가능하다. 생육적지는 토양습도가 높고 공중습도도 높은 곳이다.

지리산 중봉 등산로에서는 2020년 초 국내에서 가장 큰 수고 30m 가문비나무가 강풍으로 부러졌다. 집단 고사도 큰 문제다. 지리산에서는 구상나무가, 오대산과 설악산에서는 분비나무가 기후 스트레스로 집단 고사하고 있다.

백두대간과 오대산 국립공원, 설악산 국립공원 등에 대해 등산로 반경 100m 내 전나무,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의 상태를 서둘러 조사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산 침엽수의 집단고사는 국립공원의 산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지리산에서 발생한 산사태 대부분은 고산 침엽수들의 집단 고사지역과 일치한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천왕봉으로 오르는 모든 탐방로 주변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탐방로 주변 고산 침엽수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산사태 가능성을 파악하고 발생 위험이 큰 곳은 즉시 탐방로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산사태는 발생한 곳에서 추가 발생하고 토사유실, 토석붕괴 등의 연쇄작용으로 대규모 생태계 훼손을 유발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환경부와 산림청은 칸막이 행정으로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산사태의 대응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방관해왔다.

기후위기로 아열대 지역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15년 이상 산사태를 방치한 결과 탐방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목보호 대책, 재해안전 대책, 탐방로관리 대책을 포함한 ‘국립공원 기후위기적응대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과학과 진실’을 전제로 하는 ‘조정과 타협’이 강조됐다.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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