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꿀벌 생존 넘어 우리 식탁 위협
생태계 비극 과거에도 반복··· 실질적인 대책 필요

[환경일보]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는 4년 안에 사라진다.”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 알려진 이 가설은 노벨문학상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책 ‘꿀벌의 생활’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만큼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꿀벌은 화분 매개 곤충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생사와 깊숙이 얽혀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5%가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 등 생산에 타격을 줘 식량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꿀벌이 실제로 사라졌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국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월동 중인 꿀벌 약 77억 마리가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대규모로 꿀벌이 사라진 건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 65% 이상이 실종된 이후 두 번째다.

꿀벌 집단 실종 원인으로는 꿀벌응애류(기생충) 발생과 말벌류에 의한 폐사, 기후변화가 꼽힌다. 응애류를 없애기 위해 과도하게 농약을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영향을 끼쳤고, 이상기온으로 꽃이 일찍 피면서 벌통을 나섰던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꿀벌의 죽음은 인간에 의해 벌어진 참극이다. 지구온난화와 이동 양봉, 살충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모든 원인이 인간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비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여름을 알리는 매미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집중호우와 이상기온으로 매미 애벌레가 땅속에 머물며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매미 출현이 줄어든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매미 실종 원인을 기후변화 영향으로 분석하면서도, 매미 출현 감소가 개체수 감소로 보긴 어렵다며 내년 여름 부화 적정 온도가 되면 땅속 유충들이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미 소리는 7년 후인 지난해에도 들을 수 없었다. 매년 여름 서울에서도 매미 울음소리로 밤잠을 설치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상전벽해 수준의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돼왔고, 현재는 인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존재라지만, 리우선언을 채택한 지 30년이 된 지금도 세계 각국은 국익이라는 틀에 갇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파리협정만 봐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이 참 지지부진하다.

지구가 있어야 국익도 있다. 지금이라도 지자체와 국가가 나서 사라진 꿀벌이 되돌아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온실가스 감축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러-우크라 사태로 환경과 경제, 안보 문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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