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산업 육성보다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부터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공화국’이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은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도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한다.(한국환경산업기술원 통계)

배출된 플라스틱의 행선지는 크게 3가지다. 매립, 소각, 재활용이 그것이다. 우선 매립의 경우, 매립지 마련을 위한 지자체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 소각장 마련은 더욱 어렵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때문이다. 마지막 방법은 재활용인데, 지난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54%에 그쳤다.

지난 3월, 전 세계 163개국은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세계 첫 플라스틱 규제 협약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협약국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처럼 발생 후 소각·매립이 근본적으로 플라스틱이 버려지지 않도록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K-순환경제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최종목적으로 하는 이 정책의 핵심은, 플라스틱 폐기물 절감이다. 제작단계에서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재질로 만들고, 빨대 등 1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여 폐기물 처리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2020년 3월 EU 집행위원회는 탄소중립 전략의 하나로 ‘신순환경제실행계획’을 발표했다. EU가 밝힌 ‘순환경제’ 정의는 폐기하던 제품이나 원재료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해,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경제 패러다임을 뜻한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10대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순환경제 활성화’를 선정했다.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폐기물은 최대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재활용 순환 경제’ 이행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1일 취임사에서 “현재의 국제질서는 탈 플라스틱, 탄소 무역장벽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후 10일간 정부 여당과 환경부의 행보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구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5월21일, 환경부는 6월10일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6개월 유예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법적 근거를 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소비자가 해당 매장에 1회용컵을 반납하면 자원순환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이 1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유예됨으로써, 2026년까지 회수율 80%라는 달성목표도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9년 대형마트 간 자율 협약으로 자율포장대에서 사라졌던 테이프와 노끈까지 재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종이박스 자율포장대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4월1일부터 시행된 ‘식품접객업소 매장 내 1회용품 사용금지’는 인수위가 유예를 요구했고, 환경부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현재 과태료를 매기지 않고 있다.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산업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방안 이전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3년간 늘어난 1회용품 사용량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폐기물 발생을 막을 방법을 우선 찾아야 한다는 세계 163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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