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야생 하늘다람쥐’ 불법거래 및 국내유입 행위 적발
국내 수입 검역 체계 부실, 동물 수입시 학명 자진 신고 등 구멍투성이

2019월 1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숲에서 밀렵꾼들에게 잡힌 31마리의 하늘다람쥐들 /사진출처=FWC
2019월 1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숲에서 밀렵꾼들에게 잡힌 31마리의 하늘다람쥐들 /사진출처=FWC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법 포획된 야생동물이 국내로 유입됐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정확한 출처 및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당국의 체포 진술서에 의하면, 불법 야생동물 거래 등의 사건에 연루된 국내 기업은 H사이며, 관련 범죄행각이 적발된 사람은 H사의 직원이라고 돼 있다.

사건의 개요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야생동물을 불법 수집하던 로드니 녹스(Rodney Knox)에게, 국내 기업 H사와 H사의 직원은 이 사실을 알고도 돈을 주고 야생 하늘다람쥐를 한국으로 수출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이 모든 행위가 불법이다.

FWC(미국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보호 위원회)의 조지 윌슨 중위는 “미국인인 로드니 녹스가 고의적으로 하늘다람쥐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는 것을 추적 장치로 확인했다”며 “녹스의 재무 기록 압수를 통해 한국 회사인 H사가 녹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한국 기업이 연관돼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 체포진술서에 작성된 국내 H사 관련 사건 현황 /그래픽=안기성 편집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 체포진술서에 작성된 국내 H사 관련 사건 현황 /그래픽=안기성 편집기자

조지 윌슨 수사관은 녹스가 2017년 11월20일부터 2020년 4월1일까지 한국의 H사로부터 선코스트 은행 계좌로 총 21만3800달러의 국제 송금액을 28차례에 걸쳐 받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 수출되는 모든 야생동물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FWS)에 신고해야 한다.

미국 수사관이 USFWS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H사가 2015년 11월4일부터 2020년 2월24일까지 미국에서 수출한 하늘다람쥐는 총 3390마리에 이르지만, 수출 서류에 기재된 하늘다람쥐는 포획 사육 개체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H사의 ‘운영책임자’가 녹스로부터 직원이 하늘다람쥐를 인수할 수 있도록 주선해 ‘한국’으로의 수출을 도모했음도 명시했다.

현재 H사의 대표는 본 기업과 하늘다람쥐 전문병원, 하늘다람쥐 분양 등을 하는 A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이에 본지는 이러한 정황에 대한 기업의 공식입장을 요청, 답변을 받았다.

플로리다주 섬터 행정구역 제5고등법원의 체포영장에 대한 상당한 이유의 진술조서 일부 /자료출처=플로리다주 섬터 행정구역 제5고등법원
플로리다주 섬터 행정구역 제5고등법원의 체포영장에 대한 상당한 이유의 진술조서 일부 /자료출처=플로리다주 섬터 행정구역 제5고등법원

H사 측은 메일을 통해 “FWC에 고용된 조지 윌슨은 표면적으로 ‘수생동물 및 야생환경부’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총기회사와 사냥면허 발급 협회의 직원”이라며 “사안에 따라 한정적으로 사법경찰과 유사한 권한을 행사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조지 윌슨’은 플로리다주 섬터 행정구역 제5고등법원 ‘체포 영장에 대한 상당한 이유의 진술조서’에 FWC의 합법적 법 집행 수사관이며 플로리다주와 플로리다주 내에서 법 집행관의 모든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즉 ‘조지 윌슨’ 중위의 수사 및 법 집행 행위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또 H사 측은 “FWC 직원이 녹스의 면허에 하늘다람쥐가 포함이 안 돼 있었던 것처럼 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FWC에서 녹스에게 채집 및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한 적이 없었다면 이전에 녹스를 언급했던 해외 기사에 면허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자사 이전의 국내 펫샵들과 미국 내 다른 하늘다람쥐 판매처들도 모두 문제가 되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사에 국내‧외의 어떤 기관으로부터 연락을 주거나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황일 리 없다”고 전했다.

동물들을 포획하는 데 쓰는 덫 /사진출처=FWC
동물들을 포획하는 데 쓰는 덫 /사진출처=FWC

실제 녹스는 해당 기업의 주장대로 해당 면허를 소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Arrest Affidavit(체포 진술서)’에 따르면, 녹스는 이전부터 야생동물법 위반으로 여러 차례 법정에 소환됐으며, 2019년에 행정적으로 포획 야생동물 판매 면허 갱신이 최종 거부됐다. 체포 당시 면허가 만료된 상태였기에, 합법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외 USFWS 서류에 기재된 하늘다람쥐의 수출 내역에 관해서, H사는 “USFWS의 서류 기재는 자사의 업무가 아닌 포워더(항공 운송업 책임자) 및 미국 검역 수의사의 책무”라며 “만일 해당 서류가 위조됐다면 배송을 관리한 포워더와 담당 검역 수의사가 문책받아야 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야생동물 국내 불법유입에 대해 국내 수입 검역 및 야생동물, 동물판매 등 관련 정부 기관의 대처와 입장은 어떨까.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해당 하늘다람쥐는 멸종위기종 등 수입허가 대상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규제는 없었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야생동물을 들여왔을 시 행정적으로 소유권 박탈, 몰수 등 처벌과 수사를 통한 사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5~2020년 당시 해외에서 수입하는 야생동물에 대한 국내 검역 시스템. 야생동물 수입허가에 대한 허술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픽=안기성 편집기자
2015~2020년 당시 해외에서 수입하는 야생동물에 대한 국내 검역 시스템. 야생동물 수입허가에 대한 허술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픽=안기성 편집기자

1차적으로 수입 검역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야생동물들은, 발급된 검역증명서를 토대로 검역기관을 거쳐 통과된다”며 위조 서류 등을 통해 야생동물이 국내로 수입이 될 가능성에 대해 “아예 없지는 않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2차적인 ‘수입 검역’을 담당하는 인천세관에서도 미국 USFWS 서류에서 해당 업체의 수출동물이 잘못 기재됐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와 같이 해외에서 잘못 기재된 서류로 한국에 수입신고를 해도 ‘합법 서류’로 인정돼버리는 경우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국내의 부실한 검역 시스템은 계속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진신고에 의존하는 취약한 시스템

동물을 수입할 때 학명을 자진 신고해서 들어온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다. DNA 검사로 입증하거나 검역관들이 모든 동물의 학명을 아는 게 아니기에, 실제 신고 동물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수입이 가능할 수 있다.

수입동물 사전신고서에는 축종, 품종, 두수, 성별, 연령, 수출국 다 본인이 직접 쓰게 돼 있으나 이에 대한 DNA 검사 등은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수입동물 사전신고서에는 축종, 품종, 두수, 성별, 연령, 수출국 다 본인이 직접 쓰게 돼 있으나 이에 대한 DNA 검사 등은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인천세관 밀수신고팀은 “확인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동물분양 관련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인 파주시 담당부서에서도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며, 환경부 측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입각해 환경부 자체에서도 검역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명확한 답변을 줬다.

생태계 교란의 문제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과거 라쿤 카페가 생겨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개인 분양도 많이 이뤄졌지만 그만큼 유기, 유실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라쿤, 하늘다람쥐 등은 미포함‧‧‧ 보호‧규제 근거 확대해야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애완동물화, 인간‧동물‧생태계 모두에게 치명적

동물매개 감염질환 우려

라쿤 등은 우리나라의 많은 야생동물을 위협할 수 있는 생태계 지위를 가지고 있는 포식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자연에 유입됐을 때 국내 동물들의 개체수가 급감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라쿤 유기에 따른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인위적으로 포획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들의 무분별한 반려동물화 및 귀여움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은 모두에게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들의 무분별한 반려동물화 및 귀여움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은 모두에게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 경고한다.

충남야생동물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봉균 수의사는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이나 이색동물이라는 명목 하에 인간사회로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며 “가장 큰 것은 질병의 감염, 확산, 인간사회로의 유입과 야생동물들의 터와 삶에 대한 비윤리적 문제”라고 조언했다.

김 수의사는 “또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가 이색 애완동물이라고 불리는 야생동물을 제대로 사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색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병원도 매우 극소수고 지방에는 거의 전무하다. 개, 고양이와 다르게 비용이 많이 필요하며 이는 곧, 유기 또는 방치로 이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렇게 유기된 동물들을 솎아내거나 개체수를 조절하는 등에 있어서 결국 사회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그 사회적인 비용의 투입이 유기, 유실을 하거나 동물들을 공급했던 사람들에게는 책임지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불합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사막여우를 임모씨 등 3명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수하다가 발각된 현장 /사진출처=울산지방경찰청
2014년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사막여우를 임모씨 등 3명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수하다가 발각된 현장 /사진출처=울산지방경찰청

인간과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접촉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코로나19가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 추구를 위해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수입하고 반려동물로 만드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의 무관심과 개인들의 이기심 속에 생태계 파괴는 물론, 동물매개 질병 우려가 커지고 있기에, 불법적으로 국내로 수입, 수출되는 야생동물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사후 대처 방안이 더욱 필요한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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