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진 기후재난··· ‘환경파괴’ 부메랑
야생동식물 지역 확보·자연기반해법 활용해야

조도순 국립생태원장
조도순 국립생태원장

[충남=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오늘날 환경 위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깨진 데서 비롯됐다. 산업화 이래 인간 중심적 개발과 욕망이 우선시되면서 자연을 이용 도구로 바라봤고, 그 결과 자연 자원은 부족해졌으며 지구 곳곳에선 재난재해가 빈번해졌다.

환경파괴가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되돌아오자, 현대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더 이상 관습적이고 개량적인 대응으로는 우리가 마주한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자원 소비를 줄이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립생태원은 국가의 자연환경 보전정책을 지원하고, 선도적인 생태연구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코로나19와 팬데믹을 겪으면서 세계의 관심과 협력이 자연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관리에 모이고 있다”며 “자연기반해법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생태 보전·복원으로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도순 원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장기적 생태계 보전 방안을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풀어나갔다. 특히 생태 중심적 사고를 강조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생태학자로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국내 최대 생태 전문 연구기관
다양한 생태계 전시와 교육·체험의 장

국립생태원을 소개해 달라.

에코리움은 한반도 생태계를 비롯해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5대 기후의 다양한 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내 전시 공간이다. /사진=이채빈 기자
에코리움은 한반도 생태계를 비롯해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5대 기후의 다양한 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내 전시 공간이다. /사진=이채빈 기자

국립생태원은 국내 최대의 생태연구 인력을 보유한 생태 전문 연구기관이다. 깊이 있는 전문역량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복원을 위한 체계적인 생태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자연생태계 보전과 복원 ▷기후변화 연구 ▷생태 데이터 뱅크(Ecobank) 운영 ▷생태모방(biomimicry) 및 진화 연구 ▷위해외래종 및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연구 ▷생태계서비스 연구 ▷전국자연환경조사 ▷생태자연도 작성 ▷환경영향평가 ▷멸종위기종 보전·복원 ▷습지생태계 조사 및 보전·복원 등이다.

연구 외에도 전시와 교육에 중점을 두고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왔다. 국내 최대 생태전시관인 ‘에코리움’은 열대지역과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지구의 5대 기후와 환경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림생태계를 재현한 한반도 숲과 습지로 이루어진 ‘야외공간’에서는 방문객들이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에코리움 배움터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에코리움 배움터 /사진제공=국립생태원

또 생태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계의 기능과 생물다양성의 의미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생태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일반교육과정, 전문교육과정, 복지교육과정으로 꾸려졌다. 이미 수백 종의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반교육과정에서 미래세대인 어린이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일일생태체험’과 ‘생태진로체험’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일일생태체험교육은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학년에 맞게 생태체험을 통해 생태인지 감수성을 향상하는 프로그램이며, 생태진로체험교육은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와 연계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생태연구자와 관련된 직업에 대해 생태원 소속 전문가들이 생생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복지교육과정을 통해 산간, 도서 지역 등 상대적으로 생태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찾아가는 생태교육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앞으로도 많은 미래세대가 교육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생물종 감소·자연재해 증가
생태계 보전·복원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기후위기 시대 생태의 가치는 예전보다 높아졌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복원을 위한 역할과 성과는?

생태계와 감염병을 주제로 한 팝업 전시 /사진=이채빈 기자
생태계와 감염병을 주제로 한 팝업 전시 /사진=이채빈 기자

지금까지 5번의 대멸종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 지금은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지질시대를 우리는 ‘인류세’로 부르기 시작했다. 생물종 감소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자연재해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 우리는 자연생태계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으며 우리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도 생태계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생태계서비스는 모두 생물다양성에 따라 가능하게 된다.

생태계를 보전·복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생태계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므로 국립생태원에서는 전국의 지형, 동‧식물, 식생을 5년 단위로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무장지대(DMZ), 백두대간, 무인 및 특정도서, 해안사구, 습지 등 특정 생태계에 대한 정밀조사와 평가사업도 수행해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생태계 조사로 모은 생태 빅데이터는 에코뱅크에 저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개발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등급화한 생태자연도를 작성해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이를 활용해 각종 건설 등 개발 사업의 계획 및 시행 시 국토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는 환경영향평가 검토사업을 수행을 하고 있다.

에코케어센터에 보호된 긴팔원숭이. 에코케어센터는 AI 등 주요 전염성 질병으로부터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 질병예방격리동이다. /사진=이채빈 기자
에코케어센터에 보호된 긴팔원숭이. 에코케어센터는 AI 등 주요 전염성 질병으로부터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 질병예방격리동이다. /사진=이채빈 기자

또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동시에 국민과 동물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로드킬 신고 및 방지대책 수립, 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을 위한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 국민이 많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동물복지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때로는 희귀동물의 멸종을 일으키거나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국립생태원은 국제적 멸종동물인 CITES 종 가운데 애완용으로 불법으로 밀수된 후 압수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CITES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국립생태원이 앞서나가는 분야다.

멸종위기종 살리려면 서식지 보전이 우선
핵심종·깃대종·지표종 순으로 복원해야

개관 4주년을 맞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새끼들 옆에 서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새끼들 옆에 서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제공=국립생태원

경북 영양에 있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개관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저어새, 황새, 소똥구리, 참달팽이, 꼬치동자개, 나도풍란 등을 도입해 증식·복원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성공사례의 하나로 2019년 수몰 위기에 처한 저어새알과 새끼를 구조해 인공사육한 후 야생으로 방사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중국에서 겨울을 보내고 지난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또 러시아와 함께 황새 복원과 개체 수 증가를 위해 러시아에 인공 둥지탑을 설치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려면 개체 증식도 중요하지만, 서식지가 우선 보전돼야 한다. 앞으로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기존의 개체 증식에 맞춰진 복원사업의 방향을 서식지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과 복원 연구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서식지외보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와 함께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개체 교환·정보공유 등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멸종위기종의 중요성이 모두 다 같지는 않다. 환경의 핵심종, 깃대종, 지표종은 생태계 균형 유지와 다른 종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이러한 종의 보전과 복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표범, 호랑이, 늑대 등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생태계 핵심종을 우선 복원해야 한다. 복원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미리 마련한 뒤 이러한 종들이 복원되면 멧돼지, 고라니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 생태계 피해 그리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의 감염병 피해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자연의 영적 가치를 사색하는 ‘소로우 길’
우리나라 산림생태계 축소판 ‘한반도 숲’

생태원 공간 가운데 원장님이 가장 아끼는 공간이 있다면?

용화실못 주변 재현한 소로의 오두막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용화실못 주변 재현한 소로의 오두막 /사진제공=국립생태원

가장 좋아하는 곳은 ‘용화실못’ 동쪽에 조성된 소로우의 오두막집이 있는 숲속이다.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초월주의 문필가다. 200여 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Concord) 근처의 월든(Walden) 호수 옆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 2년 2개월간 자급자족으로 생태주의적 삶을 살았던 체험을 <월든> 책으로 펴냈다.

실제 월든 호수는 용화실못 보다는 훨씬 크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생태원의 소로우 오두막 주변도 용화실못을 내려다보면서 자연의 영적인 가치를 사색할 수 있는 아주 호젓한 숲속 공간이다.

또 생태원의 야외공간 가운데 장항선 철길 부근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림생태계를 옮겨 놓은 ‘한반도 숲’을 좋아한다. 산책만 해도 설악산 등 깊은 산속의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식물에 매료돼 생태학자가 되다
울창한 겉모습에 가려진 숲의 이면··· 구조적 복원 부족

생태 환경 전문가로서 활동하신 원장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내부 /사진=이채빈 기자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내부 /사진=이채빈 기자

어릴 적 농촌에서 살았는데,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에 온실이 만들어졌다. 그 온실의 흙냄새, 높은 습도와 온도, 새로운 식물들에 매료되었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독립운동가이자 한학자이셨던 증조부를 존경하면서 같은 학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 결과로 자연과 그 속의 식물을 자주 만나게 되는 식물생태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많은 국내와 해외의 생태계를 방문할 수 있었고, 전공을 잘 선택했다고 자부하며 그간 해 온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어릴 때 그리던 대한민국의 모습과 지금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 더 나은 미래 환경을 위해 조언 부탁한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앞으로의 조림 정책에 대해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등 구조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앞으로의 조림 정책에 대해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등 구조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 봤던 우리나라의 산은 흙이 빨갛게 드러난 민둥산이었다. 당시에는 연료가 없어서 사람들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베어왔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심지어 대학생 시절까지 식목일에는 항상 단체로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산은 현재 울창한 숲으로 복원됐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복원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생태학자들은 숲을 볼 때 생태계의 겉모습뿐 아니라 속도 살펴야 한다. 지금의 숲은 기능적으로는 잘 복원됐으나, 숲의 조성으로 볼 때 종 수가 적고 외래종이 많은 단순한 구조다. 1960년대 조림을 할 때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잣나무 등 속성수이거나 외래종을 주로 심은 결과 구조적 복원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비무장지대(DMZ)와 그 부근을 많이 다녔는데, 남한과 북한의 산은 확실히 다르다. 북한의 산은 한국전쟁 후 남한의 헐벗었던 산과 거의 비슷해 멀리서도 나무그루 수를 셀 정도다. 통일되면 북한의 산의 조림이 시작돼야 할 텐데, 이제는 복원 후 숲의 종조성과 종다양성까지도 고려해 조림 전략을 세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연 복원은 잠깐뿐
생태 보전 위해서는 ‘야생지역’ 확보해야

각국의 봉쇄 조치로 생태계가 복원되는 자연의 역설이 있었다. 이 현상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변화해 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위기에 대응하려면 생태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위기에 대응하려면 생태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봉쇄, 이동 제한, 감염 등으로 크게 고통을 받아왔다. 국립생태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생태원 방문자들도 급감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사람들의 출입이 차단되면서 자연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목격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보호지역의 가치를 코로나 팬데믹이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거리두기가 종식되면, 코로나로 복원된 생태계는 금방 복원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복원된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출입을 계속 제한해야 한다. 지금 지구에는 80억이라는 많은 인구가 살면서 사람들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지만, 일부 지역은 야생동식물을 위해 남겨둬야 진정한 생태 복원을 이룰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자연기반해법 활용
‘자연보전과 복원’으로 지구를 살리자

국립생태원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생태학은 유행을 많이 타는 학문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계속해서 많은 생태학자가 염려하고 꾸준히 연구해 온 주제가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 온실효과 그리고 기후변화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기후변화 저감·적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적 해결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사용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기술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의 감소, 자연경관의 파괴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 적응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기반해법’이다. 콘크리트댐 대신 녹색댐이 더 자연친화적인 것처럼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면, 기술 중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지구가 살아나면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기후위기 시대 ‘자연보전과 복원’으로 지구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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