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반납 묵인과 공원화는 불신과 피해로 이어져

정부는 지난 2월 25일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장 간 협의를 통해 용산기지 일부와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미군기지 반환에 합의했다.

양측은 해당 기지의 반환과 관련해 오염문제의 책임있는 해결, 환경관리 강화, SOFA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용산기지는 아직 사용 중인 대규모 기지이며, 내부 구역별로 상황과 여건이 달라 전체를 한꺼번에 반환받는 대신 단계적 반환으로 협의했다. 일단 16.5만㎡ 반환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상당한 규모를 추가 반환받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안전한 기지 관리를 위해 한미 환경실무협의체 등을 가동하며, 앞으로도 공동 환경조사 실시 및 환경관리 기준 마련 등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SOFA 채널 외에도 외교·국방 분야의 다양한 고위급 협의 채널도 적극 활용한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외교부‧국방부‧환경부‧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TF를 통한 유기적 협업체계도 가동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용산기지 오염정화 책임이 빠졌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용산 미군기지 전역에 걸쳐 지난 수십년 간 100건 이상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기지 외부로 유출된 오염 지하수를 20년 이상 서울시가 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2020년 반환된 용산기지 주변 산재부지는 벤젠, 페놀, 비소, 납 등 내부 오염상황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공공주택 건설지로 조성예정인 용산 남영동 캠프킴에서는 맹독성 1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토양가스 등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곳이 주거 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100명 중 2명이 암에 걸릴 수 있는 정도의 위해수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오염정화 책임, 현재 사용중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방안, SOFA 관련 문서 개정 협의지속 등의 언급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둘러댔다.

정부는 서둘러 용산 미군기지를 비롯해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내 환경오염 정보와 위해성 평가 결과, 정화 비용과 정화 책임 주체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용산공원 시범개방을 돌연 철회하면서 그 배경이 국민을 맞이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부지 내 오염물질 유출 의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오염문제는 오랜 기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애써 아닌 듯 포장하기 보다는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집무실도 유지하고, 최대한 정화 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신뢰를 줄 수 있는 더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최초의 국가공원 ‘용산공원’에 검은 장막을 두른 채 알아서 하겠다는 식의 진행은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국민에게 안전하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은 ‘오염된 기지의 정화’ 전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의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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