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감소 따른 국가보건 위기, 자연 공생 기반 재구조화 시급

노벨상 수상자 출신의 대기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지난 2000년 ‘인류세(Anthropocene)’란 용어를 제시했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환경의 변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뜻이다. 이는 지구시스템 붕괴에 따른 생태적 위기에 처한 현실을 드러낸다. 언제든지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암울한 메시지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된 기후변화는 전지구의 생물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켰다. 한국환경연구원(KEI)에 따르면 ‘지구생명지수’를 의미하는 LPI(Living Planet Index)는 1970년 당시 보다 무려 68%(2016년 기준), SHI(Species Habitat Index·서식지지수)도 2000년대 들어 2018년까지 2%가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질병을 유발했다. 산업화에 따른 공기질 악화, 야생생물 매개 질병의 증가,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등 여러 현상의 원인을 환경질의 문제로 지목하는 보고사례가 늘고 있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생물들이 삶의 근처까지 들어오며 우리는 위험에 처했다.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유입과 확산으로 위기는 반복되고 있다. 계속되는 기후변화와 다변화된 생활상은 인수공통 감염의 우려를 키운다. 

야생생물 매개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울러 생물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한 환경문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태계, 기후적응, 야생생물 질병 등을 종합해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이 강조된다. 

바탕으로 요구되는 건 ‘생태적 성찰’이다. 자연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시킨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연과 사회를 분리시켜 보던 인식을 서둘러 바로 잡자. 자연이나 생태는 자본주의적 경쟁체재 속 현실사회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 밀접한 것이다. 모두가 지구시스템으로서 공생해야 한다.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활양식을 실천하면 된다. 실천을 통해 자연이란 가치에 기반한 소비를 장려할 수 있다. 그러한 소비에 힘입어 생태적인 놀이·예술 활동이 촉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생태적인 태도나 실천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낸다. 더불어 자연을 이용하는데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고 협력의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주는 기대효과로 이어진다. 

생태적 가치에 기반한 변화는 ‘탈석탄’, ‘폐기물 저감형’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가속시킬 것이다. 그만큼 자연에 대한 독점과 소유를 지양한 일자리도 클 수 있다.

정치권에선 생태적 위기 대응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며 이를 위한 예산 확보와 법제도의 정비도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다. 베스트일지 워스트일지도 확실치 않다. ‘생태적 성찰’을 위한 대중의 관심 모으기부터가 선행돼야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혹자는 현 시대가 인류세로 불리는 게 적합한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생태계 위기임은 분명하다.

수만년 이어져오던 안정적인 지구환경에선 더는 살 수 없으며, 야생으로부터 무엇이 감염될지도 모를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이 위기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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