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개념 바로 세우고, 성장사회에서 생태사회로 전환해야

[환경일보] 정부와 기업 할 것 없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를 남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사회·경영·기업·브랜드 등 아무 데나 갖다 붙이기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가 생존을 위협하고, 투자자와 소비자가 친환경 가치를 우선으로 두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정확한 이해와 정의 없이 마케팅 수단으로 소모하고 있다. 국제사회조차 말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이다. 유엔은 1992년 리우 환경 회의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성장)’이라는 개념을 공식 사용했다. 문제는 이 개념이 ‘지속가능성’의 본뜻을 위축시키고 모호하게 했다는 점이다.

본래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은 20세기 극단적인 모습을 드러낸 산업 문명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됐다. 지나친 경제 개발과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자원고갈·자연재해·기후변화 등을 초래하자 생태적 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됐다. 핵심은 ‘생태환경과의 조화 속에서만 인류 자신의 생존과 번영이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러한 전환을 거부하고, 지속가능성에 담긴 본질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가 현실일지라도 기술과 시장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만 관심을 둔다.

친환경이라는 명목으로 녹색기술을 개발하지만, 자연 자원을 계속해서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을 뿐 생태환경의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환경보호와 자원순환을 외치는 기업 중 달성 가능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곳은 드물다.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성장이란 매우 모순적인 용어다. 지속가능성의 본질은 생태계에 있고, 성장의 본질은 경제에 있다. 어법으로나 사상적으로나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과 기름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모순 가득한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 인간 중심적 사상에서 벗어나 생태 중심적 사상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원시 상태로 환원하기를 원하느냐 따지면 결코 아니다. 필요 이상의 개발과 물질문명의 역기능을 막고, 지구 생명 질서를 회복하자는 얘기다.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기존과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간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이제는 지속가능성 개념의 본질을 회복하고, 생태환경이 허용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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