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안전성평가 서두르고, 사회적 책임 힘쓸 때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렌털 계정수를 보면 2위부터 주요 경쟁사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코웨이 1개 업체가 더 많다.

코웨이는 1998년 국내 최초 렌털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정수기 시장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오랜 세월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누려 왔던 것이다.

그런데 코웨이 정수기 안에 니켈이 검출됐고,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7월 코웨이는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물질이 나온다는 소비자 제보를 접수했다. 조사결과 증발기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져 냉수탱크 음용수와 섞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때 코웨이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사실을 소비자들과 언론에 알리고, 리콜을 실시하고, 투명하게 모든 책임을 지겠노라 반성했어야 했다.

그러나 코웨이는 이 사실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했다가 2016년 언론에서 보도가 나간 후에야 잘못을 시인했다. 최소한의 소극적 수비를 선택한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 298명은 각각 위자료 3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코웨이가 계약당사자에게 100만원의 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에게 하자를 알리는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함께 정수기를 사용한 가족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최근 원심을 확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가전제품 안전사고가 늘고 있는데도 기업의 책임의식과 소비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하고 정부 대처도 늦다. 가습기살균제 사고, 휴대폰 배터리 폭발, 김치냉장고 화재 등은 생활 가까운 곳에서 가전제품 사고가 언제든 발생 가능하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가전제품 전체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전과정 안전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제품의 디자인부터 원료선택 등이 사용 시 소비자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알려야 한다.

리콜(Recall) 제도는 소비자에게 제공한 물품 또는 용역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를 대비해 위해 요인을 제거하는 효과적 보호조치다.

문제는 우리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이 리콜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리콜로 인한 매출 감소 및 브랜드 가치·신뢰도 감소를 염려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장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신뢰 회복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표적 사례가 1982년 미국에서 발생한 진통제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신원미상의 범인이 저지른 타이레놀 독극물 주입 및 협박에 해당 제약사는 즉각 전담팀을 꾸려 시중 제품을 전량회수했고, 위험가능성을 적극 알렸다. 이 일로 회사는 약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성과 신뢰를 얻었다.

기업의 자발적 리콜은 경쟁력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리콜이 필요한 경우 SNS, 방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돈을 잃으면 일부를 잃는 것이지만, 신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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