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환경위해성예방협회 회장 윤종락

사회적 갈등, 불필요한 비용 낭비 막도록 법 개정 시급
토양정화 전과정 투명하게 밝혀야 부조리 막을 수 있어

[환경일보] 공장을 운영하다가 건설사에 매각한 부지의 오염토양을 정화하고자 하는데 정화책임을 전가시키는 통상의 상식과 달리 오염토양을 서로 자기가 정화하겠다고 나서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해 주목되고 있다.

문제가 된 인천 소재 매각 부지는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만톤의 유류오염 토양과 수십만톤의 자연기원으로 판단되는 불소로 오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부지 매각과정에서 오염도 정밀조사는 건설사업자인 매수인이 수행하도록 합의했다. 매수자는 정밀조사 결과가 나오면 매도자와 함께 협의해 적정의 정화업체를 선정하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동으로 선정한 정화업체와 계약한 후 부지의 오염토양 정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던 사례이다.

그런데 매수자인 건설업자는 독단적으로 정밀조사업체를 선정해 조사를 수행한 후 매도인에게 정화와 관련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정화작업을 주관해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곤 수십억원으로 추정된 매도인의 정화비용을 협의 없이 수백억원으로 결정해 일방 통보하고 정화업체를 임의 선정해 정화작업을 수행하려 했다. 매도인은 정화비용의 과다산정, 정화업무 추진 과정상 오류를 지적했고, 정화 관련 책임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당초 유류오염만을 정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매도인은 매수인이 모든 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한 정밀조사 과정에서 제외됐고, 정화 대상의 오염항목 선정과 오염물량 산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 현장은 불소가 개발 예상지목인 1지역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매도인은 불소가 해당부지 소유 당시 행위로 인한 오염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어 정화의 책임을 갖는지에 대한 법리적 규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매도자는 부지 소유 기간 중 오염시키지 않은 불소 오염에 대해서까지 정화해야 하는 것은 토양환경보전법 10조의4(오염토양의 정화책임 등) 2항 ‘정화책임 면책’ 조항에 따라 정화의무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불소 오염의 자연기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그에 따라 정화책임자의 순위가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화책임의 면책 조항은 헌법 불일치 판결 이후 개정된 내용으로 단순히 부지를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오염토양정화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다른 이슈는 관할 지자체의 이해하기 힘든 행정 조치다. 토양환경보전법 10조의4(오염토양의 정화책임 등) 3항에는 ‘정화책임자의 우선 순위’가 있으며, 관할 지자체의 행정명령 또한 정화책임자 순서에 따라 정화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관할 지자체는 최초 오염 발견 당시 정밀조사와 정화 관련 명령을 매도자에게 전달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매도자를 제외하고 매수자에게만 정화명령을 내렸다. 대기업 매수자를 비롯해 토양정화업체, 정밀조사업체 들의 부당한 거래를 눈감아준 것 아닌가 하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다.

불소오염은 토양정화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환경부 역시 불소오염 규제 기준이 배경시료에 비해 너무 낮게 설정됐다는 입장에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토양정화업체는 불소 오염토양이 먹거리라는 생각에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으며, 반입처리장을 가진 정화업체들을 중심으로 공동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에서 확인되고 있는 불소 오염토양은 형석이나 운모류에 광물성분의 일부로 존재하는 자연기원의 중금속 물질이며, 정화 자체가 과학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들 자연기원 불소 오염토양은 국내 지질특성상 넓게 분포돼 있어 부지개발을 위한 토양환경평가 또는 정밀조사 시 오염토양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배경에서 부지 소유자 또는 부지 개발자들은 불합리한 법 규정에 따른 정화를 위해 과도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소에 대한 토양 규제는 각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게 설정돼 있으며, 분석 방법과 절차 또한 다르므로 법적 규제 기준의 획일적 비교는 어렵지만, 자연기원으로 인한 인체 위해성을 고려할 때 규제 기준을 상향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염농도를 측정해 규제 기준을 정화해야 하는 강력한 규제법임에 따라 자연기원이라 할지라도 조사 후 규제 기준을 초과한 토양이 발견되거나 굴착해 이동할 경우에는 오염토양으로 규정돼 정화해야 하는 실정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키워드

#불소 #토양 #오염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