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존 확대 강화하고, 안전 디자인 법제화 해야

2020년에 한국은 인구감소 국가로 전락했다. 안타깝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속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은 약 85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에 달한다. 2045년이면 세계 1위의 고령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내수시장 등 경제 전반이 침체되면서 규모 자체가 작아진다는 의미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정책추진에 22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를 막을 길은 안 보인다.

오히려 이 대변혁을 인정하고 인구변동에 따른 미래를 기획하도록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일할 수 있는 고령층에 대해 정년을 연장하는 등 노후보장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당장 필요한 것은 고령층에 대한 안전조치다. 노인들은 모든 면에서 신체기능이 허약하고 판단력이 떨어진다. 특히 외부활동 시 돌발상황에 따른 위험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종 규제와 수단을 동원해 보호해야 한다.

2021년 도로 보행 중 사망자는 1020여 명이며, 이중 노인이 601명으로 60%에 달했다. 교통 관련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자동차 성능이 개선되면서 전체 사망자 수는 줄고 있는데 오히려 노인 사망자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인데 현실은 별 효과가 없어 문제다. 실버존은 노인을 교통사고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양로원,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 인근에 지자체장이 지정한 곳이다.

차량통행속도를 30~50㎞로 제한하고, 주정차 금지나 속도 위반 시 범칙금을 부과한다. 그런데 실버존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각종 교통규제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실버존은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한 속도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실버존을 확대하려고 해도 주·정차 금지에 따라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되곤 한다. 스쿨존과 비교하면 실버존은 턱없는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쿨존은 전국에 1만 6700여 곳인데, 실버존은 2600여 곳이다. 행안부의 지역교통 안전환경개선계획에 의한 예산은 스쿨존이 약2000억 원인데, 실버존은 70억 원에 불과하다.

노인은 길을 건널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황판단능력도 떨어지고, 작은 사고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노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디자인도 서둘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색을 판단하는 감각, 즉 색각이 떨어진다. 시력, 시야, 색각 기능이 모두 필요한데 이 기능이 저하되면서 그만큼 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색이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보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색을 구별하기가 더 힘들다. 빨간색을 잘 보고 파란색을 잘 못 보기 때문에 경고나 주의문구, 방향 표지판도 빨간색을 쓰는 것이 좋다.

계단을 내려갈 때 마지막 계단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발을 잘못 디딜 수 있어 계단과 바닥 조명을 충분히 밝게 비춰서 낙상사고를 막아야 한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정부, 기업, 사회단체, 국민 모두 노인들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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