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주제로 한 5명 작가의 기획전시, 7월26일까지 열려

시간이라는 화두를 다룬 전시 ‘시간 : 변화와 기억’이 서울 중구 충무로갤러리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시간이라는 화두를 다룬 전시 ‘시간 : 변화와 기억’이 서울 중구 충무로갤러리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작품을 모은 기획전 ‘시간 : 변화와 기억’이 서울 중구 충무로갤러리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우리가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전시로 박진아, 박혜수, 장보윤, 이고은, 김시율 등 작가 5명이 참여한다.

시간에 대한 의식을 갖기 위해선 물리적, 심리적 변화와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기억이 필요하다. ‘시간 : 변화와 기억’은 시간을 ‘변화와 기억’이란 관점에서 바라본다. 사진과 회화, 설치, 영상 작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작품에는 작가의 시간 개념이 담겨 있다.

박진아 무대조명02 Lighting Above02, 140x190cm, oil on line 2018
박진아 무대조명02 Lighting Above02, 140x190cm, oil on line 2018

박진아 작가는 회화작업을 통해 ‘미완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 시간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시간, 완결되기 전에 시간이며 작가는 ‘사이-시간’이라고 말한다. 전시작품인 <무대 조명 02> 는 공연을 앞두고 무대 위에 조명을 설치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담았다. 공연이 ‘완결의 시간’이라면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은 ‘미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시간은 사람들에 게 조명받지 않는 관심 밖에 시간이다. 완결과 미완은 시간의 수직적 가치를 형성한다. 작가는 미완의 시간인 ‘사이-시간’을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우위를 전복 혹은 수평화시켰다.

박혜수 청사진 우리 Blue Print 'URI' 우리 선언문 Declaration of 'URI' 무제, 79X110,20X110, 40x110cm 2019
박혜수 청사진 우리 Blue Print 'URI' 우리 선언문 Declaration of 'URI' 무제, 79X110,20X110, 40x110cm 2019

시간에 대한 인지는 단순한 물질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개인적 인식의 변화까지 포함한다. 박혜수 작가는 한국 사회가 가진 ‘우리’의 인식변화를 <청사진 우리> 드로잉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300여명의 자각적 중산층을 대상으로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지는 <청사진 우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프로젝트 ‘대화’의 전체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장보윤 Black Veil 6 Digital c-Print Archiva matting and framing, 72x52cm 2022
장보윤 Black Veil 6 Digital c-Print Archiva matting and framing, 72x52cm 2022

장보윤 작가의 영상작업 <Black Veil 2>에선 독일인 여배우 안나가 등장한다. 2021년 한국에서 연기를 공부한 안나가 대신 읽어 내려가는 편지의 화자는 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파독 간호사로서 한국을 떠나 함부르크 오센졸에 관한 기억들에 대해 말한다. 과거 낯선 이방인인 한국인에 대한 독일인의 시선과 함께, 독일인 배우가 역사적이고 개인적인 사건과 기억이 담겨 있는 한글 편지를 애절하게 읽어내는 장면은 현대 시간 속에서 충돌한다. 시간은 방향성을 갖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움직인다. <Black Veil 2>는 2021년과 1970년, 한국과 독일이라는 시공간이 뒤엉켜 시간의 방향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고은 perfect moment #02, pigment based inkjet print, 150x100cm 2022
이고은 perfect moment #02, pigment based inkjet print, 150x100cm 2022

이고은 작가는 《The end and the beginning》 시리즈에서 꽃이 폭파되는 시점과 전후의 과정을 사진으로 담는다. 폭발을 위해 무대에 매달려 있는 부케들은 애처로운 모습을 자아낸다. 폭발의 시점에 연기가 나고 짓눌린 꽃들과 잎들은 흔적을 남긴다. 꽃은 사라지고 또 다른 흔적들이 존재로 남는다. 사진은 시간성이 내포된 매체이다.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시간, 즉 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빠른 셔터스피드를 이용해 꽃이 폭파되는 순간을 담고, 이 찰나의 순간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짧은 시간이다. 온전한 꽃이 폭발해서 다른 형태로 바뀐다. 형태의 차이는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의미의 변화도 생성시킨다. <The end and the beginning-끝과 시작>은 상징의 소멸을 통한 새로운 의미의 생성이다.

김시율 Still there_Archival Pigment Print, 60x80cm 2022
김시율 Still there_Archival Pigment Print, 60x80cm 2022

김시율 작가는 《A flower is not a flower》 시리즈에서 돌아가신 조부모님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작품으로 옮겨진 흔적들은 조부모님을 기억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A flower is not a flower’는 작가가 장례를 치르며 우연히 듣고 위로받았던 곡의 제목이다. 아침이면 사라지는 신기루같이 이제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또 다른 언어로 ‘화비화’를 기록했다. 사진은 다른 매체에 비해 기록성이 강하다. 주관적 기록은 기억을 소환한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가 있었다는 기억만이 존재한다.

총 26점을 소개하는 전시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시간’이라는 화두를 다룬다. 전시를 기획한 이원철 작가는 “우리는 일상에서 시간의 개념을 의식하고 살고 있는데, 막상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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