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일까 우리의 진심일까’ 미상의 존재로 숨겨진 인간 본성 끌어내
젠더리스 캐스팅으로 연신 화제, 하반기까지 대학교 예그린씨어터 열려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누구나 악마죠. 가끔 착한 척을 그만 벗어봐. 가면을.”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정장을 입은 비지터 역 배우 장보람의 장엄한 노랫소리에 숨죽인다. 그리고는 마침내 극의 막이 내리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일부분 장면 /사진출처=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일부 장면 /사진출처=모먼트메이커

2022 시즌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는 지난 1월19일부터 공연을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해당 공연은 통상적으로 남성의 역할로 고착됐던 폭력적이고 거침없는 캐릭터인 비지터에 여성과 남성 성 구별 없는 캐스팅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현장에 찾아간 취재진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일 마지막 연극 시작 1분 전까지 표를 구입하려는 줄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매진된 티켓에 나머지 사람들은 탄식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지난 2일 해당 공연의 맨 마지막 타임 3분 전 상황. 뮤지컬 시작이 임박했지만, 여전히 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2일 해당 공연의 맨 마지막 타임 3분 전 상황. 뮤지컬 시작이 임박했지만, 여전히 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 공연은 1930년대 소련이 혁명을 끝낸 후 숙청을 시작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블베이스, 바이올린, 기타, 퍼커션 등을 연주하며 연기하는 총 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요 인물은 엔카베데(NKVD, 소련의 비밀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비지터’와 부부인 ‘맨’(선한국, 박선영, 홍성원)과 ‘우먼’(이하린, 박새힘, 전혜주) 세 명이다.

“당신은 악마야!”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 속,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던 한 부부에게 불청객이 찾아온다. 무대 위와 부부 사이를 말 그대로 ‘장악’하고 관객들을 ‘압도’하는 인물은 바로, 각 잡힌 정장을 입고 있는 비지터다.

비지터의 손짓과 말 하나로 6명의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그로 인해 부부는 서로의 추악한 모습을 직시하게 된다. 남편인 ‘맨’은 자신의 안위와 정치적 입지를 위해 주변인들을 고발한 사실을 들키고, ‘우먼’은 그러한 그를 보며 경멸감을 느낀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일부 장면 /사진출처=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일부 장면 /사진출처=모먼트메이커

그들은 점점 상황에 따른 선과 악의 경계, 그리고 자신이 믿고 사랑하던 것들에 대해 불신하게 된다. 비지터를 ‘악마’라고 칭하던 맨과 우먼은 점차 그를 ‘악마’인지 ‘천사’인지 ‘신’인지 헷갈려하며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충격에 빠진 부부는 비지터 죽이려 하지만 그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곁에 더욱 맴돌며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라며 그들의 행동에 대해 비웃으면서도 “모든 사람에는 어둠이 있다. 때로는 누구나 악마”라고 인간의 심연에 대해 짚어준다.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은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고민되더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하나같이 뛰어나, 몰입감이 너무 좋았다”는 등의 평을 남겼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일부 장면 /사진출처=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일부 장면 /사진출처=모먼트메이커

지루함이 느껴질 새도 없이 역동적이면서도 뛰어난 음악도 이 극의 몰입감에 돋워준다. 현악기부터 타악기, 건반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라이브 연주는 흔치 않은 구성이기도 하다. 뮤지컬 ‘미드나잇’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리고 있으며, 관계자는 “상반기에 이어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계속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연의 비지터 역을 맡은 주연 장보람 배우는 “젠더프리, 젠더크로스의 시도가 많아져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작품의 해석에 대해서는 “제가 연기하는 비지터에 대해 관객분들이 느끼시는 게 무조건 다 맞다고 생각한다”며 관객의 다양한 관점에 대한 긍정적인 소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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