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기’ 입시제도 탈피, 인재양성형 개혁 시급

대한민국의 젊은 학자가 엄청난 일을 해냈다. 미국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한 것이다.

이 상은 캐나다 수학자 존 필즈의 이름을 딴 것으로 1932년 스위스 취리히 대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40세 미만 젊은 과학자를 대상으로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세계 수학계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는 목적이다.

허 교수는 한국인으로 최초의 수상자다. 국적 기준으로 미국인이 14명이지만, 이스라엘이나 중국, 독일 같은 나라에서도 그동안 1~2명밖에 수상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히 권위있는 상이다.

허 교수의 업적은 수학계 최고 권위지인 미국수학학회지에 2012년 단독 발표한 논문 ‘리드 추측’ 증명이었다. 1968년 영국 수학자가 제시한 난제였는데 허 교수는 조합론 문제를 대수기하학 방법으로 해결했다.

서로 다른 수학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11개의 수학 난제를 풀어냈다. 학계에서는 대수기하학 아이디어로 수학에서 완전히 다른 분야인 조합론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수학계는 이번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통해 한국 수학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음이 입증됐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 한국 수학은 국제적으로 높은 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수학연맹은 올해 2월 한국을 최고 선진국 등급인 5그룹으로 상향 조정했다. 5그룹 소속은 이제 한국을 포함해 12개 국가가 됐다.

한국수학자 초청실적,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수학논문실적, 주요 연구원과 대학의 수학연구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이런 성과는 다행히 수학계가 과학 분야처럼 트렌드나 인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순수 수학분야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허준이 교수의 쾌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허 교수는 부모의 유학시절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석사까지 마쳤다.

수학 보다는 시가 좋았고, 시인이 되고 싶어 고교를 중퇴했다가 검정고시와 재수 학원을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에도 공부 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학과 성적은 형편없었고 대학을 6년이나 다녀야 했다.

그런데 수학계의 거두인 한 일본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는 운명처럼 수학을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수학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한, 수학문제를 풀다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주변에 있는 많은 친구, 스승들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공동연구,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우선할 것은 이제는 한국이 ‘줄 세우기식’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충분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수학에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사회 분위기상 안정적 직업을 찾아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역사가 증명한다. 대한민국의 저력은 인적자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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