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우선

[환경일보] 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급 대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쌀 가격마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면서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 주요 은행 중 한 곳인 태국의 카시콘뱅크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인 태국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으며, 2020년 기준 세계 4위 쌀 수입국인 필리핀에서는 자국 내 수확량 부족으로 쌀 수입량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 쌀 수입국이자 세계 6위의 수출국인 중국은 병충해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인 인도는 올해 장마 강우량에 쌀 수확량이 달려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 곡물 전체 수요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다. 연간 수입량은 2020년 기준 1717만t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이다.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 수준이다. 한국의 식량안보가 미국과 호주, 러시아 등 곡물 수출국에 달려있단 얘기다.

기후위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전 세계 가뭄과 태풍이 잦아져 최대 곡물 생산·수출국에선 흉작이 이어진다. 곡물 수급이 불안해지면 수출국은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글로벌 식량난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지구 기온이 1.5℃ 상승할 때, 우리의 먹거리는 얼마나 사라질까. 그린피스가 발간한 ‘기후위기 식량보고서: 사라지는 것들’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2100년까지 꿀과 사과, 커피, 감자, 쌀, 고추, 조개, 콩 등 8가지 농작물 생산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작물 지형이 바뀌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으며, 쌀의 단위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고추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실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음은 예전부터 나왔지만, 정부의 대응은 썩 효과적이지 못했다. 지난 정부의 식량위기 대응은 국내 생산 기반 확대와 해외농업 개발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해외농업 개발로 인한 국내 반입 곡물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정부의 역할도 해외농업 개발에 진출한 민간기업에 현지 정보를 제공하거나 융자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실 곡물자급률을 높이려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농업도 산업화됐고, 산업화된 농업 글로벌 체인 역시 기후위기와 전쟁 등 변수가 많아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 우리 국민을 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글로벌 정세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필요하다. 해외 곡물 생산 지분을 인수해 식량 유통망을 확보하고, 메이저 곡물회사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민간기업 주도로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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