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온 상승 심각··· 경제·식량안보 위협, 대책 서둘러야

[환경일보]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덕택에, 김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5화에서는 김밥 가격 인상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가격이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김밥에서 김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황당한 상황은 곧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고수온으로 김 생산량은 감소 중이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양식업이다. 지구온난화는 땅, 육지에만 해당되는 현상이 아니다. 바다도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남해에서 멸치어획이 부진한 원인을, 지난해 남해 수온이 멸치의 생장환경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 분야 기후백서(2019)’는 온실가스가 지금처럼 계속 배출될 경우, 2100년 한반도 해수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첫 고수온주의보는 지난해보다 9일 빠른 7월6일 발령됐다. 고수온주의보 발령기준은 28도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 여름 고수온이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일수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수온이 평년 대비 1도 높아지고, 고수온 특보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수온은 기후변화 대응의 대표과제로 이에 대응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 수가 잦아진 것 또한 고수온이 미친 영향으로 조사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태풍발생 연구와 일기예측 정확도 제고를 위해서도, 바다 수온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년보다 높은 수온은 대형 태풍의 예후로 지적되고 있다. 2020년 한반도를 지나며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대형 대풍으로 발달한 원인도, 북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필리핀 해역의 상층수 온도가 3년간 8~9월 평균수온보다 1도가량 높아져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해수면 온도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서태평양의 동아시아 해역에서 7~9월 고수온 발생일은 1990년 초반 3회였던 것이, 2000년부터 10회를 넘는 해가 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은 인간의 생활터전인 육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바다 또한 위협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연안, 갯벌, 하구 등 어장 환경을 파괴할 것이다. 고수온은 서해 및 남해 연안 등 양식장 밀집 해역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고수온에서 서식하는 독성 플랑크톤이나 유해성 해파리 출현이 증가해 양식 어패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고수온 피해는 수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전쟁, 코로나19로 발생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식량안보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한반도 농업지도를 바꾸고 경제를 크게 위협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고수온 피해의 태풍은 지금, 우리의 밥상 위로 밀려오고 있다.

이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고수온 현상은 점차 수위를 높혀 매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경제, 환경, 식량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것을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의외로 많지 않은 듯 하다. 이제라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사후대책이 아닌 우리나라 연안의 고수온화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기단에 맞닿은 국가들과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종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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