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적응 현장대책 서둘러 취약층 피해 줄여야

올여름도 전 세계가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의 해발 3300여m 최고봉에서 빙하가 무너지고 눈사태가 발생하면서 7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실종됐다.

당국은 계속되는 폭염의 영향으로 인해 만년설과 빙하가 녹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는 동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지고 곳곳이 침수되면서 9만여 명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5월부터 산불, 들불이 이어지면서 약 9800㎢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올해 유난히 잦은 벼락 또한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은 이미 2000년부터 가뭄과 폭염, 대형산불이 이어지고 강수량은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물부족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지난 달 유례없는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벌어지면서 다리가 유실되고 도로가 끊어졌다.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번 재해로 공원 북쪽 루트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지난 6월 허난성과 허베이성 등 일부 지역이 44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특히 이달 초 1주일간 도쿄에서 50여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는 1만4400여 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기상이변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시급하다.

기후는 비가역성을 지니고 있어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이미 배출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앞으로도 오랜 세월 다양한 형태로 인류를 괴롭힐 수 있다.

설상가상 재해로 인해 농업을 비롯한 연관 산업도 악영향을 입을 수 있어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쿠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처럼 기후위기와 국제정세가 맞물린다면 세계적 식량난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할 일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들은 ESG 경영에 힘쓰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탄소중립이 어렵다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라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관련 기술개발과 시스템 구축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차치하고라도 당장에 현실이 된 ‘적응’에 너무 무관심해 보인다. 기후위기의 1차 피해자는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약자들, 취약계층이다.

은행이나 주민센터에 ‘쉼터’라고 이름 붙이고 낮에 더우면 잠시 피해있으라고 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했다는 대책의 핵심은 아니길 바란다.

기후위기는 에너지, 식량, 물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런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보다 근원적인 대책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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