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처리 대안부터 내놔야 에너지믹스 가능

[환경일보] 최근 환경부가 업무 보고한 새 정부 핵심 추진 과제는 환경부의 정체성을 의심케 했다. 특히 원전에 대한 환경부 입장은 ‘환경부라고 쓰고 산업부라고 읽는다’라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만들었다.

환경부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경제와 민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인식해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릴 수 있는 과제, 국민이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위한 과제들을 이번 업무보고에 중점적으로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환경을 지키는 것보다 제가 어려우니 환경을 양보해야 한다는 성장 우선 논리가 깔려 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환경부의 업무보고는 역대 정부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오죽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업무보고가 아닌 산업부의 업무보고 내용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들 정도”라고 혹평할 정도다.

환경부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지하면서 대신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설계 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의 비중을 늘려서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제1차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최선일까?

우리는 유럽과 사정이 다르다. 유럽은 부족한 전력을 다른 나라에서 수급할 수 있지만 사실상 섬나라나 다름 없는 우리는 부족한 전기를 다른 나라에서 빌려올 수 없다. 그래서 기저전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유럽과 우리의 원자력발전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고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당장 모든 원전을 폐쇄하자는 주장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원전에 대해서는 막대한 양의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반드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은 발전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체와 액체로 배출될 뿐만 아니라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를 발생시킨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할 계획조차 없는 우리 현실상 원전은 반환경적일 수밖에 없다. 쓰레기통도 없는 방에 쓰레기만 배출한다면 집 전체가 쓰레기장이 된다.

우리는 수십년째 처분장 건설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만 유발됐을 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방안을 ‘과학적이고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과제로 표방하고 있다.

원전을 무작정 폐쇄하자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원전만 고집하는 것 역시 무책임한 발상이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원전과 화력발전만 고집한다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재생에너지는 언제 키울 것인가?

RE100을 하고 싶어도 재생에너지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수입해야 한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재생에너지까지 수입해야 할까? 장기적인 시각의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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