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유기 반려동물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버려진 고양이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버려진 고양이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주창 학생기자 = 최근 유기묘와 같은 유기 반려동물이 증가하면서 생태계 평화가 위협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372마리, 반려 인구 1500만으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유기되는 반려동물의 수다.

농림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94만 7908마리의 ‘가족’이 유기됐다. 특히 7월과 8월 피서철에 유기동물이 급증한다. 다른 지역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그 지역에 덩그러니 남겨두고 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에서는 휴가철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위탁관리업소를 안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지난달보다 유기동물의 수는 4배가 넘게 증가하고 있다. 소중한 가족 구성원인 반려동물에 관한 무책임함은 하나의 종을 멸종시키기도 하고 생태계를 급격히 파괴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스티븐스 섬 굴뚝새

친근하게 다가오는 굴뚝새의 모습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친근하게 다가오는 굴뚝새의 모습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굴뚝새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텃새로 60~70년대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친근한 종이다. 한반도 굴뚝새의 먼 친척 스티븐스 섬 굴뚝새는 1894년을 마지막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스티븐스 섬 굴뚝새는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굴뚝새와 같은 참새목 굴뚝새과의 조류다. 뉴질랜드 스티븐스 섬에 서식했던 스티븐스 섬 굴뚝새는 발견 당시 조류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참새목 조류 중 유일하게 비행하는 능력을 잃은 종이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울 수 있는 새 중 날지 못하는 새는 멸종한 스티븐스 섬 굴뚝새를 포함해 단 세 종뿐이다.

조류학자들은 화석을 통해 원래 스티븐스 섬 굴뚝새는 뉴질랜드 전역에서 서식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쥐들이 없었던 뉴질랜드 생태계에서 땅 위를 뛰어다니면서 청소부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비행 능력이 퇴화했을 것이라 밝혔다.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에 인간과 함께 쥐가 들어오면서 대부분이 사라지고, 스티븐스 섬에서만 일부 생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생물학적 가치가 높은 종인 스티븐스 섬 굴뚝새는 1894년 발견된 그해에 바로 멸종했다. 스티븐스 섬의 등대지기가 반려동물로 데려왔다가 내버려 둔 고양이 단 한 마리에 의해 비행 능력을 잃은 굴뚝새가 전멸한 것이다. 아무렇게 풀어놓은 반려동물로 인해 더는 지구에서 살아있는 스티븐스 섬 굴뚝새를 볼 수 없게 됐다. 스티븐스 섬 굴뚝새의 멸종은 단 한 마리의 생명체에 의해 특정 종이 사라진 최초의 사례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재앙이 된 유기동물

스티븐스 섬 굴뚝새 멸종을 반려 고양이 한 마리의 잘못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첫 번째로는 인류가 뉴질랜드로 이동하며 함께 유입된 쥐 때문에 개체 수가 심하게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두 번째 원인은 스티븐스 섬의 등대지기가 유입시킨 고양이의 사냥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작은 행동 하나가 특정 종의 멸종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은 인류의 소중한 가족이다. 그러나 가족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가족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 없이 방치되고 버려진 반려동물은 생태계의 다른 가족들을 위협하는 재앙이 된다.

인기 반려동물에서 생태계교란종이 된 붉은귀거북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인기 반려동물에서 생태계교란종이 된 붉은귀거북 /사진=이주창 학생기자

미국가재, 붉은귀거북, 늑대거북 등 한때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로 사랑받던 많은 종들이 유기돼 한반도 생태계를 파괴했고, 현재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돼 많은 경제적, 생태학적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길고양이를 비롯한 도시 야생동물들에 관한 학대와 함께 길고양이 관리자 및 동물단체들과 지역사회 사이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길고양이들이 번식기를 맞이하며 해당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길고양이의 과도한 개체 수 증가는 지역사회 갈등 외에도 생태계 파괴라는 큰 위험성을 가져온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미국 내에서 길고양이로 인해 연간 13~40억 마리 조류, 63~223억 마리 포유류, 8000~3억 마리 양서류, 2~8억 마리 파충류가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호주는 6억 마리 이상의 파충류가, 영국에서는 5000만 마리 이상의 조류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 피해 규모 추정치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으나 길고양이로 인해 멸종위기종인 까막딱따구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 등의 개체 수 감소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길고양이의 직접적인 사냥 외에도 고양이를 통한 감염성 질병 전파 또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가족의 무게, 생명의 무게

환경부와 지자체는 고양이 개체군을 생물 다양성이 낮은 지역으로 고정하기 위한 사업과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TNR(포획-중성화-복귀) 및 TVHR(포획-정관·자궁 절제술-복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의 발생을 줄이는 일이다. 길고양이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반려묘로 삼던 고양이의 무책임한 유기이며, 이는 다른 생태계교란종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유기된 반려동물은 외래종으로서 작용하거나 전염성 질병을 전파하는 등 생태계를 위협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

인간과 함께 도시생태계를 살아가는 반려동물은 소중한 가족이다. 또 인류와 함께 지구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종 역시 생물 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하는 가족이다. 버려진 유기동물은 인류라는 작은 단위의 가족과 지구생태계라는 큰 단위의 가족을 모두 위협한다.

생명의 무게와 가족의 무게 모두가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책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려동물 가구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해 이번 여름 반려동물들은 가족의 품에서, 생태계의 다른 작은 가족들도 불청객인 유기동물의 위협 없이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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