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가치 이해·합의할 투명한 대화 절실

행정기관, 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 주민 등은 모두 환경 정책 수립과 집행의 주체다. 조직과 집단의 구성원이라면 주체로서의 책임을 가진다. 우리가 얼마큼 환경을 고려한 의사 표시와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게 사회의 환경 의식이다. 

현실을 보자. 우리 개개인의 환경 의식이 과거보다 성숙됐다고 하지만 실질적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 정책이나 사업의 효율성, 성과, 이윤 등을 이유로 환경은 ‘다음’으로 밀린다. 분위기가 이러니 환경을 가치판단의 우선에 두자는 목소리를 지속하기도 힘들다. 조직과 집단 내에선 더더욱 그렇다. 환경의 가치를 놓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소통이 흔들리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에 따른 환경 피해 저감을 위한 법적 장치다. 평가 과정에선 주민참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설명회, 공청회가 열린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과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고 갈등의 장이 되는 경우가 숱하다. 정책 당국, 사업자, 주민 간 투명한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과 관련된 정책이나 사업이 오염관리 등 사후문제 해결로만 평가받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건강과 안전, 나아가 생존을 위해 그 특징을 미리 분석하고 대처해서 예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만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공통의 문제의식을 두고 함께 대안을 찾아야 함에도 우리 사회는 투명한 대화부터 가로막혀 있다. 공통의 가치를 이해하고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관점을 바로 세우지 못한 결과다. 환경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시각이 각기 다르다 보니 의사결정이 얽힐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정책과 사업의 목표 달성에 매달린 결과는 뻔하다. 지역사정이나 사업에 요구되는 환경보전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합의없이 성급히 추진된다. 

결국 환경은 최소한의 법적 기준만 맞추면 된다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사업의 구상과 입지 선정 등에 필요한 정보 공개와 의견 수렴에 소극적 태도로 임하게 되는 원인이다.

1993년 환경영향평가법 제정, 2006년 전략환경영향평가제 도입 등은 개발의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단 의지였다. 하지만 ‘선 개발, 후 환경’이란 같은 문제로 아직까지 갈등 중이다.

지구는 하나 뿐이라는 단순한 진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왜 환경에 신경을 쓰고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계속 제기해야 한다. 관점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목표에만 매달리면 목적과 수단은 뒤틀린다. 

가령 환경교육을 한다면 기술적 해법을 논하기 전에 환경문제가 일어난 근본 원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관점의 변화를 유도해줘야 한다. 

공청회를 할 때는 몇몇 전문가만 토론에 나설 것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의견과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청회는 사업자가 아닌 정부가 주관토록 하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투명한 소통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점을 통일해야 한다. 환경에 관한 이념, 가치관, 문화의 차이를 허물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은 소통에 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느냐부터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재로선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말이 우려스럽다. 속도를 핑계로 소통이라는 필수 과정을 건너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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