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수단이 된 ‘친환경’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생물 다양성 보호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생물 다양성 보호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나예진 학생기자 = “우리 기업은 환경을 생각합니다.”

최근 많은 광고가 친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 환경에 관한 인식과 친환경 제품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기업 및 생산품이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친환경에 대한 의심을 낳았다. 환경 파괴를 자행하면서 친환경 기업으로 선전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종종 발각되는 상황은 그러한 의심을 더욱 키웠다. ‘친환경’, ‘녹색’, ‘그린’이라는 단어가 본연의 뜻보다는 마케팅 수단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소비자는 기업의 친환경성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했고, 기업은 소비자의 의심을 풀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다. 기업의 환경 정보 공시는 그런 양측의 입장을 모두 충족시키는 행위였다.

환경 정보 공시의 활성화

본래 환경 정보 공시, 즉 환경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행위는 환경에 중대한 위험을 끼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기업이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환경과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자발적으로 환경과 연관된 정보를 공시하기 시작했다. 이때 기업은 GRI 등 국제적인 몇몇 정보 공시 기준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게 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정보로는 환경과 연관된 기업 목표,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존재한다. 

환경과 관련한 정보 공시 기준은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포함하는 환경 정보의 영역 또한 넓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업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추정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연 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개 전담 협의체(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이하 TNFD)의 등장이다.

TNFD, 생물 다양성을 위한 첫걸음

TNFD 로고
TNFD 로고

TNFD는 2021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하며 출범한 단체로, ‘자연 자본’을 다루는 새로운 공시 기준을 제작 중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정보 공시 기준인 TCFD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다. 여기서 자연 자본은 흔히 생각하는 광물 자원이나 물, 토양, 공기는 물론이고, 생물 다양성까지도 포함하는 항목이다. TNFD는 이러한 자연 자본 전체를 다루는 정보 공시 기준의 제작을 통해, 생물 다양성에 관한 사회 인식을 증진하고자 했다.

2022년 8월 현재까지 TNFD에서 발표된 정식 정보 공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올해 3월 기준안의 초안이 공개됐으며, 6월22일에 일부 수정된 기준이 담긴 0.2버전이 공개됐다. 현재는 여러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공개한 기준에 관한 피드백을 받는 상태다. 정식 기준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2023년 9월 발표 예정이다.

비록 아직 공시 기준 자체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지만, 생물 다양성에 관한 인식을 논의의 장으로 불러왔다는 점에서 TNFD의 시도는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공시 기준이 마련된다면, TNFD 기준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업 활동과 자연환경의 연관성을 자세히 검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생물다양성, 부담 혹은 기회

일부 기업을 제외한다면, 많은 기업이 TNFD 기준에 관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TNFD 기준은 자발적 기준이기 때문에 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으며, 설령 따르기로 마음먹더라도 기준에 존재하는 지표를 측정 및 관리하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 평가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약 1,200개 기업의 생물 다양성 보호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32점에 불과했다고 얘기했다. 이는 기업이 그만큼 생물 다양성 보호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업이 언제까지나 부담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생물 다양성 보호는 이미 세계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는 가치이며,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물 다양성에 관한 언급을 피하다가 끌려가기보다는, 차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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