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우 급증, 인류가 초래한 자연재난··· 탄소 저감 급선무

[환경일보] 북극의 눈물이 전 세계 도시를 강타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 말과 8월 초엔 장마가 끝난 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서울 기준으로 최근 열흘 동안 7일이나 폭우가 내렸다.

절기상 입추에 가까워졌음에도 장마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 탓이다. 북극 지역 기온이 오르면서 오호츠크해 일대에 거대한 고기압이 지난달부터 머물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륙 기압의 충돌로 다시 생성된 장마전선이 원인이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불볕더위로 고생하던 미국과 유럽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5일 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인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하루 동안 37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관광객 1000명이 고립됐다.

앞서 미국 켄터키주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홍수 피해를 겪었다. 수십명이 사망했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 최고 강대국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전 세계를 덮친 폭염과 산불, 홍수 등 극단적인 현상의 배후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에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이런 기상이변이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많아졌고, 앞으로는 더 많아진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우리나라 강 유역별 극한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홍수가 날 정도의 강력한 폭우가 약 10년 뒤에는 29%, 30년 뒤엔 46%, 70년 뒤인 세기말에는 평균 5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시나리오에서는 폭우 변화율이 세기말 29%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을 줄이려면 인간의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강도와 빈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건 우리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각국이 나서고 있지만, 당장 삶의 편의를 위해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 대응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나라로 꼽힌다. 해외 전문가 집단에서 17년째 어느 나라가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는지 알아보는 ‘기후변화대응지수’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한국은 전체 64위 가운데 60위였다. 오죽하면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을까.

북극곰은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4배 빨리 더워지는 북극에서 밤잠을 설치며 먹이를 찾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뼈만 남은 북극곰이 육지로 내려온 사례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의 상황이 머지않아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올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북극의 눈물을 잊어선 안 된다. 폭우에 따른 홍수 등 자연 재난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극한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자연 재난을 관리하는 인간의 능력 즉,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노력을 보일 때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